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 국회)가 지난 13일 폐막됐다. 올 전인대는 중국의 연례 주요 정치행사라는 점 외에도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 열렸다는 점에서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세계 각국은 이번 전인대에서 2조달러의 외환보유액을 가진 중국이 세계 경제위기 극복의 돌파구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규모 추가 경기부양책이 전인대 기간 중 발표될 것이라는 소문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만드는 데 충분했다. 시장 일각에선 중국 지도부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해법은커녕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원자바오 총리의 정부업무보고에는 그가 연초 이후 예고한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다음 날 중국 경제의 컨트롤타워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장밍 주임은 "추가 부양책은 당장 없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폐막일인 13일 원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언제든 필요하면 부양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원 총리는 정부업무보고에서 올 성장목표를 8%가 아닌 8% 안팎으로 바꾸더니,폐막 기자회견에선 다시 8% 달성을 강조했다. 뿐만아니라 개인소득세 면세점 상향이나 증권거래세 인하 등도 전인대를 전후로 정부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

이 같은 혼선의 이유 중 하나로 중국 정치시스템을 거론할 수 있다. 전인대만 해도 헌법상 최고 권력기구이지만 그앞에는 '형식적'이란 수사를 빠트릴 수 없다. 중국 헌법 전문에 '공산당 영도의 원칙'이 명기돼 있어,전인대 역시 공산당의 지도를 받는 한 기구일 뿐이다. 공산당은 정치국 상임위원 9명 등 소수의 지도자들이 이끌고 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권력자들은 고급 정보일수록 독점하게 마련이다. 그러니 하위직에선 다른 말이 나오게 된다.

세계경제 환경이 시시각각 급변하면서 정보를 독점한 권력자들이 이를 소화해서 중장기적인 대안을 내놓을 만한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체계적이고 수평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결여돼 있다는 것은 급박한 상황에선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전인대가 실망스러웠던 것은 단지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았다는 것 말고도 이 같은 후진적 정치시스템을 확인했다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