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대구에서 열린 자전거 국토대행진 행사장.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부부가 특이한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장애인 전용 자전거를 생산하는 '스카이휠'의 최진만 사장(62)과 아내 박희숙씨(62)다.

최 사장이 지금까지 내놓은 장애인용 자전거는 모두 12가지.손발로 작동할 수 있는 손발자전거와 다리가 없어도 탈 수 있는 손자전거 등이 대표적이다. 최 사장은 "장애인도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마음껏 달릴 수 있으면 좋겠다"며 "장애인들의 이런 염원을 알리고자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용산MTB(산악자전거) 동호회원들과 함께 이날 서부조(광주~서울)에 참가한 최정자씨(63 · 서울 이태원2동)는 오랜 질환을 극복하고 완주를 선언해 관심을 끌었다. 서울 삼각지에서 남편과 함께 쑥국수로 유명한 '대성집'이란 식당을 운영했던 최씨는 갑자기 찾아온 무릎과 허리통증으로 수십년간 키워온 식당을 닫아야 했다. 그러나 우연히 찾은 서울시여성연합회 자전거동호회를 통해 자전거를 알게 됐고 그때부터 매일 자전거를 타면서 병세가 씻은 듯이 호전됐다.

매일 한강 둔치에서 40~50㎞가량 자전거를 탄다는 그는 이제 자전거가 신체의 일부처럼 친숙해졌다고 말했다. 자전거는 또 그에게 환경에 눈을 뜨는 계기를 제공했다. 최씨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직장인 자전거 출퇴근 캠페인 등에 매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료나 동호인과 함께 참가한 팀도 다수 눈에 띄었다. 대구백화점 직원 7명은 연녹색 유니폼을 차려입고 참석해 첫날 구간을 완주했다. 정종수씨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참여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아 조만간 회사 내에 자전거 동호회를 결성할 생각"이라고 귀띔했다. 대구희망제작소 회원 20여명도 참석해 하루 충전해두면 세 시간 정도 탈 수 있는 '태양광 자전거'를 선보였다.

대구=이재철/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