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은행 예금이 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07년에는 증시 호조로 예금이 증시로 대거 이동했지만, 2008년에는 정반대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안전자산인 예금으로 되돌아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1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8년 은행수신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수신잔액은 작년 말 1131조7000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112조2000억 원(11.0%) 증가했다.

2007년의 87조8000억 원(9.4%)에 비해 증가폭이 커진 것이다.

예금이 83조1000억 원으로 2000년(83조6000억 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기록했다.

요구불예금은 1000억 원 줄었지만, 정기예금을 비롯한 저축성예금은 83조2000억 원 늘었다.

예금은 외환위기 이후 고금리 효과 등으로 1998년 53조6000억 원, 1999년 70조8000억 원으로 빠르게 늘었지만, 2003년 이후 증가세가 주춤해지고 2004년에는 도리어 5조6000억 원 감소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증시 호황에 따라 2조5000억 원 증가에 그쳤다.

반면 2007년 30조4000억 원이나 늘었던 시장형상품 수신은 6조 원 감소했다.

양도성 예금증서(CD)는 전년의 33조 원에서 3조8000억 원으로 9분의 1로 줄었다.

금융채도 44조7000억 원에서 지난해 36조1000억 원으로 다소 축소됐다.

한은 금융통계팀의 김화용 과장은 "은행들이 고금리 특판예금으로 예금 유치에 나선데다 하반기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식시장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인 예금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작년말 은행의 수신계좌는 1억7464만 좌로 연중 718만 좌 늘었다.

이는 전년의 202만 좌에 비해 증가폭이 크게 확대된 것으로, 은행들이 신규 급여계좌 우대 등으로 저축예금을 적극 유치한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풀이했다.

저축성예금의 계좌당 금액은 422만 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44만 원 늘었고, 정기예금의 계좌당 금액은 3672만 원으로 411만 원 증가했다.

계좌당 5억 원을 초과하는 거액 예금은 작년 말 7만8천 좌, 272조 원으로 집계됐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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