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 국채와 미국 경제를 절대적으로 신뢰해도 된다"고 장담했다. "미국에 투자한 중국의 자산이 안전할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는 원자바오 중국 총리의 발언에 놀라 전 세계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에 나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14일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중국 정부뿐만 아니라 미국에 투자를 한 모든 투자자들이 미 국채와 민간부문 투자에 절대적인 신뢰를 가져도 된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위기이지만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미국 투자를 늘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면서 "투자자들이 미국 경제시스템과 정치시스템의 안정성과 탁월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앞서 로버트 깁스 백악관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을 통해 "미 국채 투자에 대한 안전성을 국내외에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방법은 재정적자를 앞으로 4년간 절반으로 축소하기 위한 예산안을 의회가 통과시켜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가 원 총리의 발언을 거듭 진화하고,그 파장을 서둘러 차단하고 나선 것은 미국의 국채시장과 경제위기 수습 과정에서 갖는 중국의 막대한 영향력을 의식한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말 현재 6891억달러어치의 미 국채를 갖고 있는 세계 최대 보유국이다. 국채를 대거 발행해 경기부양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미국으로선 국채시장의 큰손인 중국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이런 아킬레스건을 거머쥔 중국은 미국이 심기를 건드릴 때마다 국채 카드를 흔들어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말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중국은 환율조작국"이라고 발언했을 때도 원 총리가 "미 국채를 계속 매입할지 여부는 투자 가치를 따져서 결정할 것"이라고 미국을 압박한 바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