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은 신재생 에너지 가운데 유일하게 지구 밖에서 제공되는 무한 에너지원이다.

1시간 동안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 에너지는 약 17만4000테라와트아우어(TWh · 1테라와트=1조 와트)로,지구가 1년간 사용하는 에너지 총량 추정치(11만 테라와트)보다 많다. 각 국 정부가 태양광 산업화에 주목하는 것은 이 같은 무한한 잠재력 때문이다.

특히 국내에는 태양광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흡사한 반도체 및 LCD(액정디스플레이) 분야의 글로벌 기업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어 이들이 본격 진입하면 태양광산업이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태양전지 분야는 글로벌 경쟁력 갖춰

[녹색성장 리더株] (3) 태양광‥동양제철화학·소디프신소재, 태양전지에선 '빅5'
태양광산업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과정인 '가치사슬(value chain)'은 폴리실리콘과 같은 재료로 잉곳(원통형의 중간 소재)을 만들고 다시 얇은 웨이퍼와 태양전지(셀), 모듈과 전환기 등을 생산해 전체 발전시스템을 건설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단기적으로는 태양광 소재주가, 장기적으로는 모듈과 시스템 설비 관련주들이 유망 투자대상으로 추천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결정형 태양전지 재료인 폴리실리콘 생산업체 동양제철화학과 비정질 박막형 태양전지의 주 원료인 모노실란을 만드는 소디프신소재가 단연 주목받는 업체로 꼽힌다.

주요 1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동양제철화학은 기술력과 수익모델의 경제성,실적 급성장(턴어라운드) 항목에서 각각 평균 86점(100점 만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소디프신소재는 기술의 경제성(84점)과 원천기술(80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태양전지 분야에서는 폴리실리콘을 원료로 둥근 판 형태의 웨이퍼를 제작하는 결정형 태양전지가 1세대로 꼽힌다. 유리기판에 화학물질을 증착해 만드는 박막형 태양전지와 화합물 반도체인 CIGS(구리 인듐 갈륨 셀레늄)형 등은 2세대다.

연료감응(DSSC) 및 유기 · 나노 태양전지는 3세대로 분류된다. 현재로서는 원가가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품질과 수율 등 발전효율이 우수한 결정형 태양전지가 세계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동양제철화학은 후발주자지만 자체 기술력과 과감한 설비투자로 결정형 태양전지 소재인 폴리실리콘 분야에서 메이저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생산능력에서 미국의 헴락에 이어 독일 베커와 2~3위를 다툰다.

유관종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태양광연구단장은 "경쟁이 덜한 차세대 박막형 전지 등에서 신규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반도체산업처럼 현재 형성돼 있는 결정형 전지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뤄 시장을 선점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유가 하락과 공급량 증대 등으로 폴리실리콘 가격이 지속적으로 내리는 추세이긴 하지만 생산단가도 떨어지고 있어 동양제철화학은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소용환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동양제철화학은 지난해 8월까지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한 물량만 2016년까지 생산량의 약 80%에 달하며 누적 계약금액은 100억달러나 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동양제철화학의 주가는 올 들어 13% 떨어졌고 지난해 5월 최고점 대비 54%가량 하락한 상태여서 향후 반등세를 주목해볼 만하다는 평가다.

소디프신소재는 태양전지의 또다른 기초 재료인 모노실란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현재 생산능력에서 세계 5대 업체로, 올해 공격적인 설비증설을 계획하고 있어 순위가 3위로 올라갈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올해 말부터 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물량이 본격적으로 출하될 예정이어서 상당한 성장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모회사인 동양제철화학과의 기술유출 및 경영권 갈등이 해소돼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동양제철화학의 폴리실리콘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원재료로 사용할 경우 원가절감이 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소디프신소재 주가는 지난해 11월 말 3만7000원대에서 올 2월 중순까지 76% 급등했다가 최근 6만원 선에서 조정을 받고 있다.

◆대기업도 태양광산업 주목

태양광발전은 초기 투자비용과 발전단가가 높아 당장은 경제성이 다소 떨어지지만 도심에서 사용이 불가능한 풍력과 달리 지역과 공간의 제약이 덜하고 소규모 발전이 가능하며 적용분야가 휴대폰, 자동차, 주택(그린홈) 등으로 다양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충재 한화증권 연구원은 "조수간만의 차가 큰 서해,국립공원들로 이뤄진 남해,해수욕장이 많은 동해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의 실정상 해양 풍력발전은 어려움이 있어 태양광발전을 일으키는 게 더 쉬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와 LG 현대중공업 등 간판 대기업들도 태양광산업의 수직 계열화를 꾀하고 있다. 강 연구위원은 "앞으로 대기업들이 본격적으로 태양광 관련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돼 내수 시장도 급속히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웅진폴리실리콘과 KCC가 폴리실리콘 생산에 뛰어들었고 웅진홀딩스는 자회사 웅진에너지를 통해 잉곳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결정형과 박막형 태양전지 통합 생산설비를 제공하는 업체다. 한국철강은 연간 생산량 20MW(메가와트) 규모의 박막형 태양광 모듈 생산단지를 건설하고 있다.

문혜정/조재희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