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통화파생상품 위험 집중점검
금융감독당국이 국내 18개 은행들을 대상으로 선물환과 타깃포워드,키코(KIKO) 등 각종 통화파생상품 보유 상황과 손실 가능성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섰다.

최근 환율이 급등하고 수출이 감소해 조선사 등이 팔아놓은 선물환 등을 결제하지 못할 위험성이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1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일반은행 서비스국 산하에 파생상품 태스크포스(Mart To Market Task Force)를 만들어 국내 18개 은행별로 선물환 키코 타깃포워드 등 환 관련 파생상품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와 환율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다.

은행별 조사와 함께 전체 은행권의 손실 가능성에 대한 자체적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수출업체가 미리 선물환을 팔아놓은 만큼 수출해서 달러가 들어오면 환율이 오르더라도 문제가 없겠지만 수요 감소 등으로 수출계약이 파기될 경우 기업들이 오른 환율에 달러를 사서 선물환을 갚아야 한다"며 "이들이 선물환 계약 등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거래은행들이 고스란히 그 손실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상적인 파생상품 거래를 한 기업도 수출감소로 예상치 않게 오버헤지(과도한 선물환 매각)한 부분이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의 수출(전년 동기 대비)은 올 들어 1월 -33.8%,2월 -17.1%로 급감했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중소기업 대출 만큼이나 통화파생상품으로 인한 손실도 커질 수 있다"며 "파생상품은 계약별로 조건 기간 등이 다른 만큼 현재 현황 파악이 안 돼 있어 조사에 나섰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의 파생상품 자산은 환율 1500원을 기준으로 150조원에 달하며 이 중 은행 간 거래를 뺀 상장 제조업체와 맺은 계약만 68조원이다.

원 · 달러 환율이 100원 상승할 때마다 은행들의 손실이 커지며 은행의 평균 ROE(자기자본이익율)는 0.7%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예상됐다. 은행별로는 하나금융 우리금융 외환은행 신한지주 순으로 환율변동 위험이 크다.

은행별 선물환 등의 보유 규모는 수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국의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2008년 6월 말 기준으로 산업은행이 9조5000억원의 파생상품 자산을 가진 것을 비롯해 △SC제일 8조6000억원 △한국씨티 7조5000억원 △신한 6조6000억원 △우리 6조1000억원 △농협 5조6000억원 △하나 5조4000억원 △국민 4조9000조원 등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