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조세피난처인 리히텐슈타인과 안도라에 이어 모나코도 국제사회의 압박에 손을 들고 은행비밀주의를 포기하기로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목한 세계 3대 조세피난처가 모두 '백기'를 든 셈이다. 이에 따라 검은 돈은 숨을 곳을 잃고 있다.

모나코 정부는 14일 "해외 조세당국과 협력해 금융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며 "조만간 은행비밀주의를 완화하는 데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나코 정부 대변인은 "OECD의 '비협조적인'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에서 탈출하기 위한 조치"라고 털어놨다.

앞서 지난 주말 런던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를 앞두고 리히텐슈타인 안도라 스위스 벨기에 등이 은행비밀법 등 관련 법규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겠다는 입장을 줄줄이 공개했다.

리히텐슈타인은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OECD가 정한 조세협력 기준을 수용해 은행비밀주의를 풀겠다고 발표했다. 리히텐슈타인은 앞으로 탈세사건 등이 발생하면 관련 은행계좌 정보를 외국 정부의 조사당국에 제공할 수 있도록 각국 정부와 양자협상을 벌일 방침이다.

안도라도 프랑스 정부와 회담을 갖고 은행비밀법을 폐지키로 약속했다. 이미 지난달 최대은행인 UBS가 탈세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인 고객 250명의 명단을 공개한 스위스도 OECD 기준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벨기에도 내년부터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은행 예금에 대한 과세 정보를 교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유럽의 대표적인 조세피난처들이 백기 투항을 하는 것은 그만큼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은 경기침체와 금융위기 극복에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한푼의 탈루 세금이라도 찾아내려고 혈안이 돼 있다.

오는 4월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는 조세피난처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오르고 고강도의 제재방안이 논의될 전망이다.

미국과 EU 주요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조세피난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금융 투명성이 부족한 국가를 제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OECD는 스위스를 비롯해 룩셈부르크 오스트리아 홍콩 싱가포르 등 30여개국이 포함된 '비협조적인' 조세피난처 목록을 마련하고 있다고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가 전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