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셋톱박스 제조사에 '갑질'한 미국 반도체 기업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피하는 대신 자진 시정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동의의결 신청을 심의한 결과 지난달 22일 이를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자진시정안을 제출해 타당성을 인정받으면 공정위가 위법성을 확정하기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브로드컴은 국내 셋톱박스 제조사들에게 자사의 시스템반도체 부품(SoC)을 사용하도록 강요하고 자사 경쟁업체와 거래하지 않는 부당한 조건을 내건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아왔다. 공정위 조사 결과 브로드컴은 유료 방송사업자의 구매 입찰 때 이에 응찰하는 한국 제조사들이 브로드컴 SoC가 탑재된 셋톱박스만을 제안하도록 요구하고 이를 관철했다. 이미 다른 업체의 SoC를 탑재하기로 정한 사업도 자사 제품으로 변경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브로드컴은 공정위의 심사보고서가 발송되기 전 자진 시정방안을 마련해 지난해 10월 동의의결을 신청했다. 브로드컴은 조사 혐의와 같은 강요를 다시 하지 않겠다면서 한국 업체들에 필요한 SoC의 과반수를 자사로부터 구매하도록 요구하거나 가격 혜택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시정안을 제출했다. 이를 준수하기 위해 자율준수 제도도 운영한다. 연 1회 공정거래법 교육을 하고 시정방안 준수 여부도 매년 보고할 계획이다. 130억원 상당의 상생기금을 조성해 국내 팹리스·시스템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공정위는 브로드컴이 제출한 상생안을 구체화해 잠정 동의의결
글로벌 관세 전쟁에 나선 미국이 올 들어 비관세 장벽까지 대폭 높이자 한국 기업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달 전기전자와 화학 분야에 대한 기술규제가 급증했는데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대표 업종인 만큼 국내 타격이 예상돼서다. 무역기술장벽이 높아지면 기업들은 그 기준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해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 1월 세계무역기구(WTO)에 78건의 무역기술장벽(TBT)을 보고했다. 42건을 보고한 작년 1월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늘었다. 미국의 TBT 건수가 급증하면서 WTO 회원국 전체 TBT 건수도 작년보다 33% 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WTO 회원국은 무역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술 규정이나 표준, 평가 절차 등의 규제를 제정하고 개정할 경우 TBT 협정에 따라 WTO에 통보해야 한다. 지난달 미국이 보고한 TBT는 대체로 전기전자와 화학 분야에 몰렸다. △에너지 전력 프로그램에 따른 에어컨 시험절차 개정 △배터리 충전기에 대한 에너지 절약 표준 발표 △유예물질 규제법에 따른 화학물질 위험평가 초안 범위 통제 등의 TBT가 보고된 것으로 파악된다. 에어컨 등 가전제품, 배터리 충전기, 화학물질 등에 대한 표준 절차가 다수 바뀌며 국내 기업들의 수출 장벽도 더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로운 절차에 맞게 제품 조건을 변경해야 해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들이 산업부에 절차 시행을 유예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에 따르면 연간 접수되는 유예 요청이 평균 약 170건에 달한다. 전기전자와 화학은 미국의 대표적인 수입 업종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글로벌 관세 전쟁' 포문을 연 가운데 미국이 10%의 보편관세를 도입할 경우 한국의 대(對)세계 수출이 지난해의 1.9% 규모인 132억4000만달러(약 19조3000억원)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는 미국이 중국에 10%포인트 추가 관세를 발효한 현재 상황을 유지하면서 3월로 유예한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를 실제로 시행하고, 나아가 대선 캠페인 기간 거론한 보편관세까지 부과한다는 가정을 적용한 전망치다.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트럼프 2기 행정부 관세 조치에 따른 영향 분석' 보고서를 내놨다.보고서는 △대중국 10%포인트 추가 관세 부과(시나리오1) △시나리오1+대캐나다·멕시코 25%포인트 관세 부과(시나리오2) △시나리오2+보편관세 10%포인트 부과(시나리오3) 등 총 3단계로 나눠 미국의 관세 부과가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 10%포인트 추가 관세를 부과한 현재 상황이 이어진다면, 한국의 대세계 수출은 지난해보다 4억1000만달러(0.1%) 감소하게 된다. 시나리오1에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8억1000만달러(0.6%) 감소하지만, 대미국 수출은 4억달러(0.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대중국 추가 관세에 이어 오는 3월로 유예한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포인트 관세까지 시행된다면(시나리오2) 한국의 대세계 수출 감소폭은 2억2000만달러(0.03%)로 예상된다.시나리오1보다 시나리오2의 수출 감소폭이 작은 것이다.보고서는 이에 대해 "관세 부과 대상국들의 중간재 수요가 감소하면서 한국의 대중국(-6억8000만달러), 대캐나다(-2억6000만달러), 대멕시코(-12억4000만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