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1930년대 일본에 저항했던 중국의 실존 인물을 그린 영화 '매란방'과 '엽문'이 4월9일과 16일 국내 팬들을 찾는다.

'매란방'은 중국 사상 최고 경극 스타의 예술과 인생을 그렸고 '엽문'은 이소룡이 존경했던 무술고수의 인생을 극화했다. 두 작품 모두 지난해 말 중국과 홍콩에서 개봉돼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관객몰이에 성공한 이유는 경지에 오른 예술과 무술 달인의 행적이 경제난국 상황에서 영웅의 출현을 갈망하는 중국인들에게 대리만족을 줬다는 것.

특히 향수를 자극하고 애국심을 부추기는 메시지가 호소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두 영화는 동시대 일본에 식민 지배를 겪은 한국 관객들에게도 공감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매란방'은 1993년 '패왕별희'로 칸영화제 작품상을 받은 첸카이거 감독의 신작.'패왕별희'에서 장궈룽이 연기한 데이 역의 실존 모델인 매란방을 리밍(여명)이 맡아 천재적인 예술혼과 운명적인 여인(장쯔이)과의 사랑을 그려낸다.

매란방은 경극에서 여자 역할을 맡은 남자 배우를 지칭하는 '단' 연기의 일인자.미국 브로드웨이까지 진출해 전 세계에 경극의 아름다움을 알린 실존 인물이다. '패왕별희'에서는 이 경극에 출연한 인물들의 관계를 풀어냈지만 여기서는 매란방의 생애에 초점을 뒀다.

매란방이 전성기에 올랐을 때 일본이 중국에 침략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봤던 경극 속 매란방에 매료돼 존경심을 갖고 있던 다카야마 중위는 매란방을 탄압하려는 일본군 총대장을 설득한다.

중국을 점령하기 위해 매란방을 일본 편으로 끌어들이면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이른바 '문화식민지배론'의 논거다.

그러나 매란방은 다카야마 중위의 회유를 뿌리친다. 그는 일본군을 위해서는 공연할 수 없다고 선언하고 무대를 떠난다. 매란방은 1945년 일본의 패망과 함께 다시 경극 무대에 선다.

시대를 앞선 경극 스타일을 도입했고,경극을 위해 운명의 여인마저 버린 매란방에게 공연 중단은 사실상 생명을 버린 것과 같다는 사실이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엽문'에서는 영춘권의 고수인 주인공이 1930년대 중국 무술고수들의 메카인 불산에서 빠른 스피드와 뛰어난 기술로 명성을 떨친다.

그러던 어느 날,전쟁이 발발하고 일본군이 불산을 접수한다. 일본군은 '민족혼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불산의 무도인들을 비열한 방법으로 격파하고 이로 인해 일부는 죽음을 맞이한다.

엽문은 이 와중에서 화려한 무술실력으로 일본군과 10 대 1 대결에서 그들을 제압한다. 이 광경을 본 일본군은 엽문에게 일본인들에게 무술을 전수해줄 것을 제안하지만 거절당한다.

대신 엽문은 제자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던 신념을 버리고 일본군의 침략으로부터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도록 중국인들에게 무예를 가르친다. 중국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자신의 무술로 일본에 저항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