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윤활유와 폐엔진오일 등 폐유를 정제 과정 없이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난방기가 나왔다.

보일러 전문기업 보명비엔엠(대표 오창명)은 산업현장이나 농가 및 군부대에서 발생하는 폐유를 태워 공기를 덥힐 수 있는 '폐유로난방기'(사진)를 개발,시판에 나선다고 16일 밝혔다.

폐유로난방기에는 회사가 자체 개발해 국내 특허를 받은 특수 필터가 부착된 연소장치가 탑재돼 있다. 폐유를 난방기에 바로 투입해도 필터를 통해 폐유에 함유된 각종 금속산화물이나 이물질이 걸러져 별도의 정제 공정 없이 즉시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폐유를 난방유로 이용하려면 정제 과정을 거쳐 각종 이물질을 제거해야 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보통 ℓ당 정제 비용이 400원에서 800원씩 들어 난방기가 필요한 산업현장이나 원예 · 화훼농가 등에서는 난방유로 경유,등유를 쓰거나 심지어 폐유를 불법 소각한 뒤 찌꺼기를 매립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정제유나 경유,등유를 쓰는 경우보다 같은 면적을 난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최대 60%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제품에는 회사가 2001년 개발해 환경부로부터 환경신기술로 인증받은 다단식 예열 연소기술이 적용돼 폐유를 연료로 사용해도 대기오염의 염려가 적은 것도 장점이다. 다단식 예열 연소기술은 연소에 필요한 공기를 섭씨 64도 정도로 덥혀 난방기 내부의 연소장치로 공급한다. 실온의 공기를 바로 흡입해 연소에 쓰는 것에 비해 높은 온도에서 태울 수 있어 낮은 온도의 연소 조건에서 생길 수 있는 불완전연소로 인한 대기오염 물질 발생도 적다. 회사 관계자는 "기름방울은 기체 상태로 변하면서 연소되는데 상온(20~30도)의 공기를 투입하면 폐유의 기화시간이 오래 걸려 불완전연소에 따른 대기오염 물질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며 "공기 예열 없이 폐유를 태울 때보다 황이나 질소산화물 등의 대기오염 물질 발생량을 최대 97%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기기유화시험원과 자동차부품연구원의 시험 결과 황이나 질소 산화물 등의 대기오염 물질 발생량이 경유나 등유를 태울 때 수준인 20~40ppm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보명비엔엠은 지난 2월 초 대전지방조달청과 군납계약을 맺어 육균 모 부대에 폐유로난방기 40대를 납품했다. 또 회사는 경기도가 오는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인 화훼 · 원예농가 보조사업에 참여, 폐유로난방기를 납품하기 위해 도측과 협의 중이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확실한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과천 일대 농가 몇 곳에 시범 공급할 예정"이라며 "특히 겨울철이면 원예농가에서 기름값 때문에 일을 쉬는 곳이 많은데 유가부담이 작고 환경오염도 적어 공급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은 220만~990만원.

보명비엔엠은 1999년에 설립돼 보일러나 온풍기 등 각종 연소장치를 만들어왔다. 연 평균 매출은 10억원 수준.폐유로난방기를 개발하는 데 약 8년간 20억원을 투자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오창명 대표는 "폐유를 불법 소각하거나 매립하는 것을 보고 환경오염과 기름값 부담없는 제품을 만들어보고자 개발에 착수했다"며 "올해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가는 만큼 8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