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인 지난해 '촛불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조사 결과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한 것은 재판 진행 및 내용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결론내린 것.특히 이용훈 대법원장이 이번 사건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올리도록 지시해 신 대법관의 거취가 주목된다.

대법원 진상조사단(단장 김용담 법원행정처장)은 신 대법관이 법원장 시절 판사에게 이메일을 반복적으로 보낸 것이나 판사에게 전화를 건 사실 등에 대해 모두 재판 개입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신 대법관은 "재판에 개입하거나 압력을 행사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일부 판사들이 재판 진행을 독촉하는 의미로 받아들일 정도로 심리적 부담을 느낀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 법원장은 판사에 대해 인사평정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법원장이 이메일을 반복적으로 보낸 것은 적지 않은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 판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조사단은 촛불재판 배당과 관련해서도 "'배당 주관자의 임의성이 배제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배당 예규의 취지를 벗어나는 사법행정권의 남용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신 대법관이 촛불사건을 무작위 배당하기로 약속한 뒤에도 전체 96건의 관련 사건 중 61건은 무작위 배당됐지만 25건은 일부 재판부 사이에서 배당됐고 10건은 특정 재판부에 지정 배당됐음이 드러났다.

아울러 이 대법원장의 메시지라며 보낸 이메일 내용 중 '나머지 사건은 현행법에 따라 통상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부분은 신 대법관이 본인의 생각을 가미해 작문한 것이라고 조사단은 발표했다.

조사단은 조사 결과를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보고했으며 이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장에게 이 사건을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올리라고 지시했다. 법원행정처는 1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조사 결과를 보고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신 대법관의 향후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대법관이 대법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직자윤리위원회 회부 전에 입장을 정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자신의 행동이 사상 초유의 사례라는 점과 법원 내부의 분위기,국민 여론 등이 그동안 신 대법관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스스로 물러날 것이라는 시각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