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외면한 조직 이기주의" 비난여론 거세
민주노총 계열의 산별노조인 화학섬유노조는 최근 노사화합선언식을 개최한 영진약품노조 지회장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고 16일 밝혔다.
화섬노조는 18일 오후 징계위를 열어 영진약품 노조 지회장이 산별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화합선언식을 강행한 이유를 추궁한 뒤 징계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화섬노조는 영진약품 지회가 한국노총 등의 노 · 사 · 민 · 정 합의에 따른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산별노조의 기본 정신을 훼손하려 했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 안팎에선 화섬노조가 시대적 위기 상황을 외면한 채 조직이기주의만을 생각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는 "민주노총이 아무리 투쟁노선을 걷는 노동단체라고 해도 경제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노사화합을 선언한 노조에 대해 징계를 가하기로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회사 경영이 어려워 노사화합을 선언한 사업장을 징계하려는 산별노조는 이 세상에 한국 노조 외에는 없을 것"이라며 "이러한 행태가 민주노총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욕을 먹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화섬노조 관계자는 "영진약품 노사가 작년 국세청 감사에서 수십억원을 추징당한 모(母)기업의 이미지 제고 등을 위해 여론몰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진약품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심사숙고하고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라며 "이를 무슨 의혹이 있는 것처럼 포장하는 것에 대해 마음 아프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굳이 (그들이 징계를)하겠다면 그들의 권리범위 내에 있는 만큼 뭐라고 하지는 않겠다"며 "다만 노조와 사측의 본질적인 존재 목적이 서로의 상생이라는 점에서 그들(화섬노조)의 판단과 결정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민주노총 산하 화섬노조에 속한 영진약품 노조 지회는 한국노총이 주도한 노 · 사 · 민 · 정 합의가 이뤄진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소집한 긴급 간부회의에서 노사화합을 결정한 뒤 27일 회사 측과 함께 노사화합을 다짐하는 행사를 가져 화섬노조와 민주노총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윤기설 노동전문/이관우 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