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벌이고 있는 한국과 유럽연합(EU)이 공산품의 관세 철폐 시기,비관세 장벽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 접근을 이룸에 따라 협상 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남은 쟁점인 관세 환급과 원산지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도 상당히 좁혀져 오는 23~24일 서울에서 개최될 8차 협상에서 타결 선언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의 시각이다. 한 · EU FTA가 타결되면 한국은 역내 총생산이 14조2000억달러(2007년 기준)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된다.

양측이 의견 접근을 본 공산품의 개방폭은 한 · 미 FTA를 웃도는 수준이다. 품목 수를 기준으로 3년 내 관세가 철폐되는 비율은 한국이 EU 상품에 대해 96%,EU는 한국 상품에 대해 99% 선이다. 이는 한 · 미 FTA 당시 미국이 3년 내 철폐하기로 한 비율인 91%보다 높은 것이다.

자동차 분야에서는 관세 철폐 시기와 기술표준에 대한 '빅딜'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자동차는 대(對) EU 수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의 최대 관심 품목이다. 양측은 배기량 1500cc 초과 가솔린 자동차와 2500cc 초과 디젤 자동차의 관세는 3년 내에,1500cc 미만 가솔린차와 2500cc 이하 디젤차 관세는 5년 이내에 모두 철폐하기로 했다.

정부 관계자는 "EU의 자동차 평균 관세율이 10%로 한 · 미 FTA 당시 미국의 관세율(2.5%)보다 훨씬 높고,EU 자동차 업계가 그동안 시장 개방에 강력히 반발해 온 점을 감안하면 우리가 상당한 성과를 얻어낸 셈"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대신 자동차 기술표준과 관련해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 ECE)의 기준을 대부분 인정키로 하는 등 EU의 요구를 수용했다. 이에 따라 벤츠 BMW 등 EU산 자동차는 한국의 기준에 맞춘 별도의 옵션을 갖추지 않아도 관세 면제 혜택을 볼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여부는 한 · 미 FTA에서 택한 방식을 따르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 · 미 FTA에서는 협정 발효 1년 뒤에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열어 한반도 비핵화 진전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역외가공지역(OPZ)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EU가 요구해 온 'made in EU'라는 원산지 표기 방식은 허용하지 않기로 의견 접근을 봤다. EU는 지난 6차 협상에서 회원국들이 생산한 제품의 원산지 표시를 국가별 명칭이 아닌 'made in EU'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국은 이를 거부했다.

자동차 등 관세 환급 문제는 아직까지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지만 한국의 입장이 관철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 정부는 한국 자동차회사들이 중국 등에서 부품을 들여올 때 물렸던 관세를 수출할 때 돌려주는 관세환급제도를 유지하겠다는 확고한 입장이다. 캐서린 애슈턴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협상을 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사실상 EU가 양보했음을 시사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