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보험사인 AIG는 작년 초 파생상품 분야의 고급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2년에 걸쳐 4억 5000만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하기로 계약을 맺었습니다.물론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에 맺은 계약입니다.작년말 5500만달러를 지급한데 이어 이번에 1억6500만달러 지급을 강행해 무리를 빚은 것입니다.파이낸셜 프로덕트 부분은 바로 신용디폴트스왑(CDS) 등 파생상품을 만들어 팔아 AIG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사업부입니다.

오늘은 오바마 대통령이 중소기업 대출(SBA) 보증 확대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AIG 문제를 강한 톤으로 비판했습니다.“파생상품 트레이더들한테 보너스를 준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그는 대주주로서 정부가 법적인 수단을 강구해 보너스 지급을 막을 방법을 찾아보도록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에게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미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 과정에서 AIG의 지분 79.9%를 확보했습니다.

문제는 법적으로 보너스 지급을 막을 방법을 찾기가 여의치 않다는 데 있습니다.보너스를 지급하지 않으면 계약을 어기게 돼 회사측은 소송에 휘말릴 게 됩니다.로렌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전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고 얘기하면서도 정부 구제금융을 받기 전에 맺은 계약이라 보너스 지급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해 앤드류 쿠오모 뉴욕 검찰총장도 보너스를 받은 사람들의 명단제출을 요구하며 AIG를 압박하고 나섰습니다.조금 전 CNBC에 출연해 명단을 제출하지 않으면 소환장을 발부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의회는 의회대로 18일(현지 시간) 열리는 청문회에서 에드워드 리디 AIG 최고경영자를 대상으로 이 문제를 따지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현재로선 AIG 직원들 스스로 보너스를 반납하는 방법 말고는 해결책이 없을 것 같습니다.

버냉키 FRB 의장 “경기 회복 믿어도 좋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15일(현지 시간) “올해 안에 경기 위축이 끝날 수 있다”며 낙관적인 경기 전망을 제시했습니다.뉴욕 증시에서 경기 바닥론이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줬습니다.

버냉키 의장은 CBS의 ‘60 미니스(60 Minutes)’에 출연해 “계획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면 1930년 대 같은 대공황은 피할 수 있다”며 “아마 금년 내 경기 하강의 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FRB 의장이 언론과 인터뷰를 갖기는 22년만이라고 합니다.그가 대중을 상대로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세가지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먼저 “경기 회복을 위해 FRB는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것입니다.대공황 때 FRB가 돈줄을 조이고 수천 개의 은행 파산을 방치한 잘못을 자신은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입니다.

또 “은행시스템이 안정돼야 경기가 살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정치권이 확실한 의지를 갖고 추가 구제금융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2차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입니다.마지막으로 “미국은 세계 최고의 기술,대학,기업이 있는 만큼 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고 강조했습니다.월가는 국민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불어넣으려는 버냉키 의장의 의도를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입니다.이날 오전 뉴욕 다우지수가 탄력적인 상승세를 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