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증시 반등의 일등공신이 되고 있다.

올 3월초 장중 1600원에 육박하던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떨어지면서 환율 급락 수혜주를 찾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17일 오전 10시56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7.10원 하락한 1422.9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일 기록한 장중 전고점(1594원)에 비해 약 171원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후퇴하고 국내 무역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서 환율이 급속하게 안정되고 있다.

지난 16일 관세청은 2월 무역수지가 29억3000만달러로 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이동근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은 3월 무역수지가 유가 하락에 힘입어 월간 기준 사상최대치인 4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다 신흥시장의 환율이 긍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원화 가치 상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달러대비 브라질 레알화는 3월초 2.4레알을 넘었다가 16일 2.2레알로 떨어졌고, 달러대비 멕시코 환율도 15페소에서 14페소 초반으로 하락했다.

환율 급락으로 은행주가 제일 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KB금융(4.46%), 신한지주(5.22%), 우리금융(4.15%), 기업은행(3.91%), 부산은행(2.89%), 외환은행(4.05%) 등 은행주가 급등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 안정으로 은행주의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김성봉 삼성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전환 이후 국내 기관이 금융업종에 대한 매수 금액을 늘리기 시작했는데, 이 중 상당부분이 은행주"라고 밝혔다.

여기에다 지난 주 정부가 4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을 조성키로 한 점도 은행주의 추가 반등을 지지하는 요인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음식료업종도 환율 하락의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대우증권은 환율 하락이 지속될 경우 CJ제일제당, 대상, 농심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백운목 대우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의 경우 설탕가격 인상 실패로 가격전가력에 의심을 받았으나, 환율이 고점대비 100원 이상 하락하면서 그 충격이 상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른 모든 변수들이 고정돼 있는 상황에서 2009년 환율이 50원만 하락해도 순이익은 43.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분당 수익성 회복이 최대 관건인 대상도 환율이 1400원대에서 고정되면 5월 이후부터 옥수수 원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백 연구원은 판단했다.

제지도 환율 하락에 따른 원료 가격 하락의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대신증권은 한국제지에 대해 "2월 영업이익률이 원자재 가격 급락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는데, 출하량 회복과 환율 안정이 나타나면 본격적인 주가 반등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그 밖에 하이투자증권은 키코의 피해를 봤던 LCD부품주, 운송, 외화부채가 많은 정유 등이 환율 하락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점쳤다.

한경닷컴 문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