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회사들이 경기 불황을 틈타 제휴카드 할인이나 마일리지 제휴 서비스 혜택 등을 잇따라 축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주머니 사정이 얇아진 휴대폰 이용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2월부터 단말기 할부제도를 변경했다. 할부 기간에 관계 없이 받던 채권 보전료(보증보험료)를 없애는 대신 12개월 이상 할부 고객에 대해 연 5.9%의 할부 이자를 부과하기로 했다. 예컨대 60만원짜리 휴대폰을 12개월 할부로 살 경우 약 3만5000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따라서 고가 단말기를 1년 이상 장기 할부로 구매하는 가입자들은 채권 보전료보다 더 많은 이자를 부담하게 됐다. 채권 보전료는 출고가 기준으로 25만원 이하는 1만원,25만~45만원은 1만5000원,45만원 이상은 2만원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12개월 미만 할부 고객에 대해 채권보전료 부담을 없앤 것"이라며 "할부와 일시불,저가와 고가 단말기 구매 고객 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제도를 바꾸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고가 휴대폰이 주류인 데다 1년 이상 할부로 구입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에서 이통사가 금융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통사들이 제공하던 제휴카드 혜택도 줄어들고 있다. KTF는 오는 5월부터 이마트 삼성카드 요금제 추가할인 혜택을 없앤다. 기존에는 이 카드로 KTF 통신요금을 결제하고 이마트에서 이용할 경우 기존 할인율에 추가로 3%를 더 할인해 줬다. 앞으로는 다른 삼성카드와 동일한 할인율이 적용된다. KTF는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부터 단말기 보험 신규 가입시 제공하던 무료 체험 혜택도 없앴다. 기존에는 일반 고객에겐 1개월,우수 고객에겐 3개월 무료 체험 혜택을 제공했지만 지금은 없어졌다.

이통사 가입자가 멤버십 포인트로 할인받는 제휴 서비스도 잇따라 축소되고 있다. 경기 불황으로 멤버십 카드 사용은 늘고 있지만 제휴 업체들이 통신사와 분담하는 할인 금액을 감당하기 어려워 서비스를 포기하거나 혜택을 줄이고 나선 것.LG텔레콤은 작년 말 편의점 미니스톱과의 제휴를 해지,상품 구매 금액의 15%를 멤버십 포인트로 할인받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지금은 GS25에서만 이런 혜택이 제공된다. KTF는 올해부터 멤버십 VIP고객의 피자헛 할인율을 20%에서 15%로 낮췄다. 또 VIP고객이 스타벅스에서 1년에 6회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던 혜택을 4회로 줄이고 일반 회원에게 제공하던 연 2회 무료 커피 혜택도 없앴다. SK텔레콤의 경우 작년 10월부터 오므토 토마토 멤버십 카드 할인율이 15%에서 10%로 낮아졌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번호이동 등을 통해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면서 정작 기존 가입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혜택은 줄이고 있다"며 "가입자 확보 경쟁도 중요하지만 기존 고객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