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한 아들을 둔 전모씨(43)는 최근 한 업체에서 '전동 휠체어를 공짜로 주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209만원짜리 전동휠체어 가격 중 80%를 건강보험공단이 지원하고 나머지 20%는 해당 업체가 부담한다는 솔깃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전씨는 이 회사 영업사원을 만난 뒤 구입을 포기했다.

전씨는 "원래 휠체어 가격의 20%(42만원)는 본인 부담인데 이를 회사가 부담하는 대신 영수증을 209만원으로 끊어달라고 제안해 이를 거절했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겨 아이에게 불이익이 올까봐 걱정됐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장애인에게 정부가 지원하는 장애인 보장구 보조비가 줄줄 새고 있다. 정부는 2005년부터 장애인이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를 구입할 경우 구입금액의 80%를 건강보험료에서 지원하고 있다. 200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지급된 정부보조금은 총 850억원(5만7645건)이다. 정부 보조금 상한선은 전동휠체어의 경우 167만원,스쿠터는 134만원이다.

하지만 일부 장애인 보장구 수입업체들은 이 규정을 악용해 판매가격을 터무니없이 부풀려 세금을 축내고 있다. '공짜 전동휠체어' 등을 광고하는 업체 중 일부는 장애인이 부담해야 할 20%를 업체가 대신 내주겠다고 꼬인 뒤 가격을 부풀린 가짜 영수증을 끊어 정부 보조금을 많이 타내는 수법을 사용한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고령층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삼아 사실상 부정수급을 일삼고 있는 셈이다.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재활병동에서 만난 한 업체 관계자는 "수입가격은 무시한 채 정부에서 지급하는 보조금을 감안해 가격을 부풀려 새로 정한다"고 털어놨다.

문제는 이들 업체 때문에 장애인들 역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업체들이 마진율을 높이기 위해 값싼 중국 · 대만산 제품을 들여와 '공짜 마케팅'을 통해 판매한 뒤 애프터서비스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동휠체어나 전동스쿠터에 대한 보조금 지급 주기는 6년이다. 그 사이 고장이 날 경우 울며 겨자먹기로 자기 돈을 들여 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한 업체 관계자는 "원래 200만원짜리 제품을 장애인의 복지를 위해 160만원에 깎아서 판매하는 것뿐"이라며 "환율이 최근 많이 올라 무조건 폭리를 취한다고 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보조금 지급 부정 사례를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장애인이 보조금을 직접 수령하도록 하고 제품 종류를 45개 모델로 한정하는 등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화원 한국장애인소비자연합회장은 "일정금액 이상의 고가 보장구나 내구연한이 장기간인 보장구에 대해서는 일본처럼 렌털방식으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상은/강현우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