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스와프 확대 갈 길 멀다…美, 신흥국 눈치에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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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와의 계약여부 불투명… 현실적 이해 관계가 변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에게 통화 스와프 규모 확대를 공식 요청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과의 통화 스와프 규모 확대가 성사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전방위 통화 스와프 확대 추진
한국이 주요국과 맺은 통화 스와프 규모는 총 900억달러.미국과 지난해 10월 말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었고 일본 중국과는 12월에 기존 130억달러,40억달러에서 각각 300억달러로 통화 스와프 규모를 늘리는 계약을 체결했다. 2000억달러에 달하는 외환보유액 외에 2중,3중의 방어막을 구축한 셈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도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우리나라의 대외 지급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정부는 주요국과의 통화 스와프 규모 확대와 만기 연장을 추진해 왔다. 미국에는 통화 스와프 규모를 종전 300억달러에서 더 늘려줄 것을 요청하고 일본과 중국에 대해서도 규모를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해줄 것을 요청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EU와도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을 요청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확대 가능할까
일단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규모 확대는 윤 장관이 지난 14일 런던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가이트너 장관을 만나 요청해둔 상태다. 하지만 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통화 스와프 체결 이후 공식 · 비공식 루트를 통해 규모 확대와 만기 연장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그때마다 미국 측이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월23일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이 극비리에 미국을 방문,스와프 만기 연장과 규모 확대를 요청했지만 미국 측은 만기만 6개월 연장하는 데 동의했을 뿐 규모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입장에서는 쉽사리 결정내릴 수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이 지난해 한국 브라질 멕시코 싱가포르 등 4개국과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한 뒤 다른 신흥국들로부터 통화 스와프 계약을 확대하라는 압박을 받았는데 또다시 한국에 대해서만 규모를 늘려주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미국이 통화 스와프 규모를 무제한으로 늘려준 국가는 EU 영국 일본 스위스 등 금융 선진국뿐이다.
◆정치 · 경제적 이해관계가 변수
EU와의 통화 스와프 계약도 실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현재 미국과만 통화 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는 EU가 굳이 한국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 입장에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도 있다. 미국과 EU가 세계 경제 주도권을 놓고 다툼을 벌이는 상황에서 EU와의 통화 스와프 계약 체결이 자칫 미국의 경제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중국과의 통화 스와프 규모 확대 역시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