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취 후 턱 교정술 같은 고위험 성형수술을 받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수술 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하는 사고가 간간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엔 성형수술을 받던 딸이 숨지자 이를 비관한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성형외과 전문의들은 과다출혈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는 곳에서 수술을 받아야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성형수술 중 사고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은 세 가지 수술에 대한 주의사항을 알아본다.

◆안면윤곽수술 다량출혈 위험

주걱턱 사각턱 돌출입 비대칭얼굴을 교정하는 성형수술은 다량 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해부학적으로 뼈와 그외의 것(혈관 신경 등)을 분리해 놓고 목적한대로 턱 모양을 교정하면서 나머지를 차폐하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의료사고의 대부분은 안면의 정맥혈관을 터뜨리는 데서 시작된다. 출혈이 경미한 경우 전기소작기로 정맥을 지혈하면 되지만 전문의가 당황하거나 경험이 일천하면 출혈이 확산되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된다.

박상훈 아이디성형외과(서울 신사동) 원장은 "미국의 경우 약 95%에서 긴급 수혈팩을 갖다 놓고 수술에 나서지만 국내에서는 한 번 해동시킨 혈액을 당일 쓰지 못하면 모두 폐기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1년에 한 번 정도 일어날까 말까한 위험에 대비해 혈액팩을 구비하는 곳이 한 두 군데에 불과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량 출혈에 대비해 수혈을 받을 수 있는 성형외과를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턱수술처럼 출혈이 많은 수술에선 심장운동을 억제함으로써 혈압 및 혈류량을 떨어뜨리는 베타차단제 계열의 약물을 사용하는 사례가 적잖다. 적정용량보다 베타차단제가 조금 많이 투여되거나,환자가 베타차단제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일 경우 갑작스럽게 심장이 멈추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안면거상술은 신경손상 주의

나이들어 생기는 주름을 펴는데 보톡스 필러는 분명 한계가 있다. 얼굴 피부를 위로 잡아 당겨 주름을 펴는 안면거상술은 만족도가 높은 수술이지만 신경 손상이나 혈종 등의 위험 또한 크다.

안면신경이 손상될 위험은 1~2%로 보고돼 있다. 유원민 메가성형외과(서울 청담동) 원장은 "안면신경이 조금이라도 손상되면 청력이 떨어지거나 얼굴에 심한 주름이 잡히거나 입이 돌아가거나 표정을 지을수 없는 부작용이 생긴다"며 "안면신경의 주행 방향에 대한 해부학적 이해가 깊고 경험이 많은 전문의라야 신경손상 위험을 0.1% 아래로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혈종은 안면거상술에서 가장 빈번한 부작용으로 대처하기도 까다롭다. 혈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피부의 괴사 · 착색 · 변형 등 여러 합병증이 수반되므로 사전에 혈압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혈액응고를 방해하는 의약품의 복용을 금하며 수술 중 꼼꼼히 지혈하는 게 필요하다.

절개선 부위의 피부가 지나치게 당겨지면 깊은 흉터가 생기거나 귓불이 밑으로 당겨져 칼귀가 될 수 있다. 근육층은 단단히 당겨주되 피부에는 최소한의 장력만 걸리게 해야 이런 수술흉터를 막을 수 있다. 피부만 지나치게 당기면 피부의 박리 범위가 넓어지고 혈액 공급이 원활해지지 않는 등의 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지방흡입술 정교한 흡입 포인트 중요

과거엔 잉여분의 지방조직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내 흡입관에 달린 날카로운 날로 잘라내는 방법이 쓰여 인접한 혈관 신경 조직이 손상되고 멍과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며 피부가 울퉁불퉁한 부작용이 동반됐다.

최근에는 레이저나 초음파 고주파 등을 가해 지방세포벽을 터뜨린 다음 투메슨트용액(마취제 겸 지방용해제)을 넣어 지방을 흡입하기 때문에 조직 손상과 수술 후 부기가 줄었다. 이지라이포는 HPL(저장성 약물 지방분해:hypotonic pharmacologic lipo dissolution)주사제와 레이저를 동시에 사용해 지방 배출을 용이하게 한 것으로 1시간 내 수술이 끝나며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투메슨트 용액이나 HPL주사제의 등장으로 지방흡입에 따른 조직 손상과 출혈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지방흡입술은 집도의의 경험과 숙련도에 따라 조직 손상 및 출혈의 정도가 좌우된다. 홍윤기 바람성형외과(서울 신사동) 원장은 "의사가 얼마나 정교하게 지방흡입관을 지방층의 포인트에 적용하느냐에 따라 수술 후 피부가 울퉁불퉁해지는 정도가 달라진다"며 "지방흡입술엔 전해질 불균형과 산-염기 평형상태의 변화가 불가피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의사는 이런 전신적인 문제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