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테러, 알-카에다 위기 반증"

예멘 한국인 관광객 테러사건의 수사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있는 살레 알-조와리(Saleh al-zowari) 예멘 내무부 차관은 관광객들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공격당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밝혔다.

알-조와리 차관은 17일 오후(현지시간) 한국 정부 신속대응팀을 예방한 자리에서 "그들은 모든 것에 반대한다"며 불특정 다수에 대한 테러 쪽에 무게를 뒀다.

알-카에다의 테러 대상이 주로 서양인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동양인을 표적으로 한 이번 테러는 이례적이라는 한국 정부의 지적에 그는 "현재 예멘 정부는 알-카에다 등 테러 무장세력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며 "그들은 정부의 공세에 밀릴 경우 끝장이라는 위기의식 때문에 테러 대상을 닥치는 대로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알-조와리 차관의 말대로 예멘 정부는 테러조직 소탕을 위한 작전을 대대적으로 진행 중이다.

수도 사나에서는 이미 지난해 9월 알-카에다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주장한 미국 대사관 차량 폭탄공격으로 19명이 숨진 뒤로 테러조직에 대한 공세가 한층 강화됐다.

지난달 20일에는 알-카에다 핵심 조직원 아메드 알-하르비를 예멘 동부에서 검거, 사우디아라비아로 송환했고 같은 달 17일에도 알-카에다 대원 모하마드 알-우피를 사우디 당국에 넘겼다.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은 지난달 마리브를 방문해 부족들에게 알-카에다를 지원하지 말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예멘 정부의 이런 강공책은 예멘이 테러조직들의 피난처로 자리잡게 방치할 수 없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알-카에다는 지난 1월 이슬람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동영상 메시지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지부와 예멘 지부를 하나로 통합, 예멘 출신인 나세르 알-와하이시가 조직을 이끌 것이라고 밝히는 등 조직 재정비를 천명했다.

조직 재정비라고 하지만 사실상 사우디 지부가 정부의 대대적 공세에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예멘 지부와 통합을 선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알 카에다 지휘관으로 나선 나세르 알 와하이시는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비서 출신으로 지난해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에 의해 `예멘 무자히딘의 아미르(사령관)'로 임명됐다.

알-와하이시는 지난달에도 음성녹음 메시지를 통해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서방의 비위를 맞추려고 아덴만과 아라비아해에서 영국 프랑스 등 다국적 해군의 군사작전을 허용했다"고 비난하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불태웠다.

결국 이번 예멘 관광객 테러사건은 예멘정부의 대대적인 공세에 맞서 알-카에다의 무차별 테러가 발흥하고 있는 시점에서 본의 아니게 애꿎은 한국인이 피해를 입은 참사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주 예멘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예멘 한국교민이 160명에 불과하고 예멘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알-카에다가 한국인을 일부러 표적으로 해 테러를 가했다고 보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알-조와리 차관은 "이번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용의자들을 검거해 심문 중"이라며 "그러나 이들은 현재 예멘 정부가 수배하고 있는 핵심인물에 의해 포섭된 이들로 이 수배자를 검거해야 테러대상 선정 경위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대응팀 관계자는 전했다.

AP통신은 예멘 당국이 용의자 12명을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테러사건 사망자들의 시신 인도와 관련해서는 "대통령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라며 "여러 부처간 협조사항 등 실무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이른 시일 안에 인도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나<예멘>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