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물어봐.'요즘 궁금한 게 있을 때 유행어처럼 쓰는 말이다. 네이버의 '지식인'에 궁금증을 물으면 곧바로 네티즌들로부터 답을 얻을 수 있어서다. 대개 '검색' 하면 구글부터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적어도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검색의 지존이다. 2000년 한글 서비스를 시작했던 구글이 글로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냈는데도 유독 한국 시장에서의 성적표는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바로 한국형 검색으로 불리는 '네이버 검색'에 밀린 탓이다.

◆네이버 검색,구글보다 강하다

인터넷 조사업체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네이버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73.3%에 이른다. 2위인 다음은 17%,구글은 3%에 불과하다. 네이버의 독주를 견제할 경쟁자가 없는 셈이다.

세계적으로 수만 명의 검색 기술자를 보유한 구글이 한국에서만 통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바로 네이버의 독자적인 검색 기술 및 서비스 노하우에 해답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네이버가 한국에서만 잘나가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야후 구글 등 글로벌 포털들이 네이버의 검색 기법을 벤치마킹할 정도로 내공이 만만치 않다.

네이버 검색의 대명사로 통하는 지식인(2002년 10월부터 서비스)은 미국 야후가 그대로 벤치마킹했다. 2006년 5월 선보였던 '앤써즈'(answers.yahoo.com)가 바로 그것.당시 야후의 최고경영자(CEO)였던 테리 시멜은 공식 석상에서 "앞으로 검색 시장은 한국의 지식 검색 같은 원동력을 기반으로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며 '지식인'을 격찬하기도 했다. 중국의 인터넷 포털인 바이두와 시나닷컴도 지식 검색을 받아들였다.

한국형 검색 서비스의 전형으로 불리는 통합 검색도 마찬가지다. 네이버가 2000년 8월 첫선을 보였던 통합 검색은 검색 결과를 이미지,뉴스,사이트,웹문서 등으로 분류해 하나의 페이지에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전까지는 국내외 검색 포털들이 웹사이트 목록과 내용 일부를 차례대로 보여주는 방식을 썼다. 이 때문에 원하는 정보를 찾을 때까지 목록들을 끊임없이 클릭해야 했다. 통합 검색은 이런 불편을 덜어 줬다. 특성에 따라 분류된 정보를 직관적으로 쉽게 찾을 수 있어서다. 통합 검색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다음 엠파스 등 토종 포털들이 앞다퉈 도입했고 구글과 야후도 2,3년 전부터 받아들였다.

2005년 5월 네이버가 선보였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도 글로벌 검색포털의 벤치마킹 대상이다. 네티즌들이 어떤 정보를 가장 많이 찾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이 서비스는 포털의 미디어 파워를 보여주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다음 네이트 등 국내 포털은 물론 구글도 2년 전 '핫 트렌드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벤치마킹했다.

서범석 NHN 통합검색서비스실장은 "구글은 인기도가 높은 웹문서를 먼저 찾아주는 페이지 랭크라는 기법으로 세계적 검색업체로 성장했으나 각 나라별로 문화적 특성 등을 감안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며 "통합 검색처럼 네티즌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추출하고 보여주는 네이버의 독특한 검색 서비스 방식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토종 검색기술로 해외시장 노린다

NHN은 5년 전 검색 포털로 일본에 진출했다가 접은 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만 해도 야후재팬의 위세가 대단했던데다 일본 현지 실정에 맞는 검색 기술을 개발하기에 여건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NHN은 겨우 수익을 내던 때여서 여유가 없기도 했다.

NHN은 올해 다시 일본시장 도전에 나선다. 그동안 키운 검색 기술과 서비스 능력이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는 자신감에서다. 야후재팬 '지혜 봉투'등 일본 검색 포털들이 네이버가 고안해 낸 지식인이나 통합검색 같은 서비스를 본받는 등 경쟁력도 입증됐다. 사전 작업도 마친 상태다.

최휘영 NHN 사장은 "일본 인터넷 시장은 갓 성장기에 접어들어 경쟁이 치열하지만 가능성도 높은 편"이라며 "그동안 쌓은 네이버의 검색 기술과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본 시장에서 야후나 구글과는 차별화된 검색 서비스로 성과를 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