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에 사는 A씨는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당시 직원 4~5명을 고용할 정도로 큰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보증을 잘못 서는 바람에 보증채무를 이행하느라 집까지 처분해야 했다. 지금은 세탁소뿐만 아니라 빌딩관리 청소 등 다른 일까지 해서 돈을 좀 모았다. 하지만 10여년 전 보증채무 이행 과정에서 연체했던 기록 때문에 은행 신용대출을 받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은행마다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사람들을 위한 대출상품이 속속 나오면서 A씨도 숨통이 트였다. 그는 우리은행이 성실한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내놓은 '우리이웃 사랑대출'로 1000만원을 빌릴 수 있었다. 호텔 등 업체들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는 A씨는 모아놓은 돈에다 대출받은 돈을 합쳐 트럭을 사 배달업무에 쓰고 있다.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도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지 적극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좋다. 대출금리가 연 10%대 중후반으로 높은 편이지만 대부업체나 사채를 쓰는 것에 비해서는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4개 은행에서 저신용자들에게 공급할 대출 규모는 최대 1조3600억원에 달한다.

1인당 대출 한도는 상품별로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1000만원까지다. 새로 대출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기존 대부업체 대출을 은행 대출로 전환할 수도 있다.

◆어떤 상품 있나

국민은행은 이달 중 '무보증 행복 드림론'을 통해 2000억원을 저신용자들에게 빌려줄 계획이다. 금리는 연 15%,1인당 한도는 1500만원이다.

신한은행도 2000억원 규모의 신한희망대출을 출시할 예정이다. 금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대구 · 광주 · 경남 · 제주은행도 이달 중 서민 대출 상품을 내놓는다.

이미 서민 대출을 하고 있는 부산은행은 대출 규모를 1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늘린다. 대구 · 광주 · 경남은행은 서민 대출 규모를 각각 500억원으로 책정했다. 금리는 대구은행의 우리지역서민대출이 연 13.5~19%,광주은행의 KJB희망드림대출이 연 10.45~16.95%,경남은행의 이웃사랑나눔대출이 연 10~19.9%다.

금리가 더 낮은 상품도 있지만 저소득층만 이용할 수 있다거나 근로복지공단이나 지역보증재단의 지급보증을 받아야 하는 등의 제약이 있다. 대표적인 게 하나은행 하나희망재단의 저소득층 창업자금 대출이다. 2000만원까지 연 3%에 빌려준다.

농협이 취급하는 생계형 무등록자 사업대출은 지역보증재단의 지급보증으로 연 6.7%,기업은행의 섬김대출은 근로복지공단의 지급보증으로 연 6~7.5%의 낮은 금리를 적용한다. 농협 상품은 판매 되고 있다. 기업은행 상품은 7월께 나온다. 금감원은 은행이 서민 대출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가능성에 대비해 연체가 생기더라도 직원의 중과실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면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어떻게 이용하나

은행들이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도 대출해 준다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대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은행들은 직업, 재산, 소득 ,금융사거래실적, 대출목적 등을 따져 대출액과 금리를 결정한다. 대출을 이용하려면 은행별로 구체적인 대출 요건이 어떻게 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우리 · 하나 · 전북 · 부산은행 농협 등 5곳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들은 아직 요건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달 말께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개별 은행에 문의해도 되지만 한국이지론(www.egloan.co.kr)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