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와 환율이 최근 들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 바닥론이 제기될 만큼 투자심리가 호전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대세 상승장이라고 보기에는 증시 모멘텀이 약하고 환율이 하락기로 접어들었다고 하기에는 위험 요인이 산재해 있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은 "올해 내내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상품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역시 "경제는 앞으로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예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봄 기운이 약간 돌고 있기는 하지만 완연한 봄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국내 금융사들도 장기 불황에 대비해 비상 모드로 전환했다. 은행들은 각종 수수료를 올리고 보험사들은 다음 달부터 보험료를 인상할 예정이다. 카드사들도 경쟁적으로 늘렸던 부가서비스를 대폭 축소하기 시작했다.

안정 기조로 접어들던 물가도 오를 조짐이다. 전년 동기 대비 물가 상승률은 지난 1월 말까지 하향 안정세를 보였지만 지난달 상승세로 전환했다.




반면 금융 소비자들이 예금이나 연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자 수익은 쪼그라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작년 10월부터 5개월간 기준금리를 3.25%포인트(연 5.25→2.00%)내리면서 예금금리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연 3%대로 내려앉은 예금금리에서 이자소득세를 빼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은행 예금에 돈을 넣어두면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것이다.

그렇다고 증시나 부동산 시장에 희망을 걸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우선 코스피지수는 기업 실적 악화 우려 탓에 큰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일부 동유럽 국가의 디폴트 위험 등으로 해외펀드 손실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 시장은 규제 완화 특수로 잠시 훈풍이 불기도 했지만 매수세가 받쳐주지 못해 다시 냉기가 돌고 있다. 이 때문에 시중 자금은 투자처를 찾지 못해 초단기 상품에 몰려 있다. 머니머켓펀드(MMF) 설정액은 작년 말 88조원에서 이달 들어 124조원으로 급증했고 수시입출식예금(MMDA)은 지난 2월 한 달간 12조원 이상 증가했다.

투자 불황기에는 생각을 복잡하게 할 필요가 없다.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 전망을 해 본들 잘 들어맞지 않기 때문이다. 워런 버핏조차도 '돈을 잃지 않는다'는 자신의 투자 원칙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시대가 아닌가. 이런 때일수록 재테크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리스크를 안고 투자하기보다 확실히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이고 챙길 수 있는 것은 챙기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불황기에는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줄여야 하는 첫 번째 대상은 지출이다.

번거롭더라도 가계부를 써서 불필요한 씀씀이를 최대한 없애보자.선후배 권유로 어쩔 수 없이 가입한 신용카드나 보험이 있다면 과감히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감축 대상 2호는 각종 금융 수수료다.

은행과 증권사를 이용할 때 내는 수수료는 수백 가지에 이른다. 인터넷 뱅킹이나 현금입출금기(ATM)를 이용할 때마다 내는 수수료가 아까우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 우량 고객이 돼야 한다. 금리가 좀 더 낮은 대출상품을 찾아 대출 이자도 줄여야 한다.

#이자 수익은 확실히 챙겨야 한다.

예금 이자에 붙는 세금을 덜 떼이도록 절세형 상품을 선택해야 하고 소득공제 상품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은행 예금 금리가 못마땅하다면 저축은행 예금이나 우량 회사채를 선택해볼 수 있다. 단 이때는 반드시 투자 대상이 안전한지를 확인해 봐야 한다.

신용등급 관리에도 신경써야 한다. 연체를 없애고 거래를 한 은행에 모으는 게 신용등급을 올리는 데 유리하다. 이 밖에 카드 포인트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카드 부가서비스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