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막대를 격자로 이어 볼트로 조이고 두 개의 나무집게를 손잡이처럼 끝에 달았죠."

1966년 닌텐도 종합관리정비부에서 화투 만드는 기계를 관리하던 요코이 군페이.그가 야마우치 히로시 회장 앞에 선보인 나무집게는 먼곳의 물건을 잡을 수 있는 닌텐도의 첫 완구제품이다.

두 손잡이를 벌렸다가 조이면 반대편에 달린 집게도 벌어졌다가 오므려지는 단순한 원리다.

'울트라 핸드'라 이름 붙여진 이 완구는 실용적이면서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인정받아 120만개 이상 팔렸다.

울트라 핸드에 이어 실제 야구공보다 가벼운 야구공을 발사하는 '울트라 머신'은 일본의 야구 인기와 더불어 220만대나 팔려나갔다. 야마우치 회장이 매우 아꼈던 '러브 테스터'는 남녀가 각자 한손으로는 테스터의 손잡이를 잡고 나머지 손으로 서로의 손을 잡으면 전류를 감지해 둘 사이에 흐르는 사랑의 양을 수치로 보여주는 완구였다. 과학적으로 정확하진 않았지만 꽤 참신한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제품이었다.

요코이 군페이가 울트라 핸드를 만들게 된 건 평소 그의 창의성을 눈여겨보던 야마우치 회장의 지시 덕분이었다.

신설된 연구개발부의 신규 프로젝트를 맡길테니 크리스마스 시즌에 판매할 '획기적인 신제품'을 만들어보라고 했던 것.이튿날 요코이는 울트라 핸드를 들고 갔고 야마우치 회장은 즉각 TV광고를 내보내며 울트라 핸드를 팔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요코이 군페이는 닌텐도의 핵심부서이자 경영진이 개입하지 않는 유일한 부서인 연구개발부의 1팀장을 맡게 된다.

◆쓰레기장에서 피어난 상상력

울트라 시리즈로부터 시작된 닌텐도의 독창적인 제품들은 직원들의 상상력에서 비롯됐다.

요코이 군페이 팀장은 평소에 남는 부속품들로 장난감이나 라디오 등 전자장치를 만드는 걸 취미로 삼을 정도로 호기심이 많은 개발자였다. 주말에도 각종 전자제품을 일일이 해체하고 조립하면서 여가시간을 보냈고 각종 부품들을 합치면 어떤 제품이 나올지 늘 머릿속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어렸을 적부터 재미있고 독특한 잡동사니를 만들기 좋아했던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 역시 평소에 드로잉북을 들고 다니며 생각나는 이미지나 상상 가능한 캐릭터의 특징 등을 그려두었다.

길거리에 있는 맨홀도 무심하게 보아넘기지 않았고 그 안에 있는 세계를 무한한 상상력으로 게임 안에 펼쳐나갔다. 게임 안의 모든 통로,복도,방,동굴,함정 등은 모두 미야모토 전무의 어릴적 상상력과 맞닿아 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닌텐도의 핵심 게임인 '동키 콩'(마리오의 초창기 버전)이다.

미야모토 전무는 1985년부터 1991년까지 총 8편의 마리오 게임 시리즈를 만들었고 당시 총 7000만개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닌텐도DS용 게임 중 가장 많이 팔린 게임 역시 마리오 캐릭터가 운전하는 레이싱게임 '마리오 카트 DS'다. 전 세계에 1000만개 이상(2009년 3월) 팔렸다.

닌텐도의 성장을 뒷받침한 '레이저 광선총' 게임기를 만든 우에무라 마사유키 연구개발 2팀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유년시절 쓰레기장에서 찾은 부속품을 조립해 무선으로 조종하는 장난감 비행기를 만들기도 했다.

이후 샤프에서 태양전지를 개발하다가 요코이 군페이 팀장이 그를 영입해 초소형 태양전지를 표적으로 하는 광선총을 만들게 된 것.이 광선총 게임기는 1개당 5000엔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초반에 100만개 이상 팔려나갔다. 1973년 세계 최초의 레이저 클레이 사격장을 닌텐도가 열게 된 것도 생각의 바다에서 건져올린 레이저 광선총 덕분이었다.

◆낡은 통념을 모조리 버려라

야마우치 히로시 닌텐도 창업자 겸 명예회장은 늘 직원들에게 "우리는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우리의 낡은 통념들을 모조리 버려라"고 주문했다.

닌텐도는 출발부터 지금까지 "닌텐도의 경쟁사가 재미있는 게임을 출시할 때쯤에는 이미 다른 모든 게임을 시시하게 만들어버릴 만큼의 새로운 게임을 내놔야 한다"는 야마우치 회장의 신념을 지켜왔다.

터치펜으로 조작하는 닌텐도DS가 잘 팔릴 때도 동작인식게임기 닌텐도Wii를 내놨고,Wii가 잘 팔릴 때도 DS에 음악감상,카메라 등의 기능을 더한 DSi를 출시했다. 닌텐도DS 닌텐도Wii 닌텐도DSi 모두 기존에 없던 기술로 만들어지진 않았다. 다만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개념을 적용해 쉽고 간단하게 만든 것뿐이다. 그래서 닌텐도가 말하는 고객층은 5세부터 95세까지다.

야마우치 회장은 "낡은 통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개발부 직원들에게 유급휴가를 주면서 재충전의 기회를 주기도 했다. 초소형 태양전지 표적을 맞추는 '레이저 광선총' 게임기,초창기 게임기인 '게임보이',TV에 연결하는 '컬러TV 게임' 시리즈도 재충전의 기회를 활용한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제품들이다.

4059명(2008년 12월)으로 26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작지만 크고 알찬 기업' 닌텐도.하지만 이와타 사토루 닌텐도 사장(CEO)은 "닌텐도는 성공한 기업이 아니다"고 말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기 위해,혹은 1위라고 안주하는 기업들에 닌텐도가 주는 교훈이 아닐까.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