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노인 고객을 상대로 한 보이스 피싱(전화 금융사기) 피해가 최근 잇따라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접수가 잇따르고 있는 대신증권은 피해방지 대책을 세우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대신증권 계좌로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65세의 한 고객은 지난 5일 '본인명의 카드가 도용되고 있으니 은행 현금입출금기에 가서 인증코드를 눌러야 된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 고객은 자전거를 이용, 자신이 거래하는 농협에 가서 현금입출금기로 지시하는 대로 따라 했다가 수천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이 고객은 '잔고가 가장 많은 카드를 넣으라'는 말에 증권카드를 현금입출금기에 투입했고 불러주는 인증코드를 입력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보니 본인 증권계좌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 계좌로 2900여만원이 이체됐다는 것.

또다른 61세의 남자 고객도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라며 '카드마그네틱 변경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전화를 받고 증권계좌를 현금입출금기에 투입, 불러주는 인증코드 입력을 다섯번 반복했다가 2900여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결국 인증코드는 범죄자들의 계좌번호였던 것.

이번 보이스 피싱 피의자들은 60대 노인들이 계좌이체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현금입출금기에서 영어 이체화면을 이용하게 하는 등 주도면밀함을 보였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증권계좌가 이용된 보이스 피싱 피해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증권계좌로도 이체가 가능하다는 점을 아는 고단수의 사기 피의자들이 저지른 범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다른 고객들이 이 같은 신종 금융사기에 말려들지 않도록 피해사례 전파와 피해방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