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수상은 너무나 황송하면서도 영광스런 일이다.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짜릿하고 행복하다. 그렇다고 오스카가 아이들과 남편('아메리칸 뷰티'의 샘 멘데스 감독)보다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요즘 가족과 함께 긴 휴식을 갖고 있다. "

오는 26일 국내에서 개봉되는 '더 리더-책 읽어주는 남자'로 6번째 도전 끝에 올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영국의 장미' 케이트 윈슬렛(34)은 근황을 이렇게 알려왔다.

그녀는 이 영화에서 2차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도왔지만 미워할 수 없는 여인 한나 역을 탁월하게 소화했다. 극중 한나는 너무나 정직하고 순수해 약삭빠른 사람들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또 전반부 소년과의 장시간 베드신은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메일을 통해 윈슬렛을 만났다.

"한나 슈미츠는 내가 맡은 배역 중 가장 어려웠다. 그녀는 험한 과거를 감추고 살아야 했던 외롭고 나약한 여성이었다. 우선 나이가 들어보이도록 분장하는 데에만 7시간이 소요됐다. 살도 7㎏쯤 더 쪄 보이도록 보디 슈트를 입었기 때문에 촬영 내내 몸이 무거웠다. 옷을 벗는 데도 1시간이나 걸렸다. "

윈슬렛은 하루 12시간씩 촬영하는 날이 많았고,토 · 일요일도 쉬지 않고 강행군을 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하루 2시간 반밖에 자지 못한 날이 많아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렸다.

15세 소년과의 베드신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베드신 연기는 배우에게 뭐라 말하기 어려운 기묘한 작업이다. 촬영 현장에서는 긴장감을 털고 여유를 갖는 게 중요했다. 그리고 육체가 어떻게 드러나느냐보다 친밀한 순간에 일어나는 감정을 전달하는데 신경썼다. "

실생활에서 소년과의 사랑이 가능하냐는 질문에는 "자연인 윈슬렛이 아니라 한나로서 소년을 사랑했다"며 "데이빗 헤어의 각본과 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지시에 따라 행동하고 감정을 표출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윈슬렛은 영화 사상 최고 흥행작인 '타이타닉'에서부터 '레볼루셔너리 로드''더 리더'에 이르기까지 10여편에서 노출 연기를 선보였다.

이에 대해 "많은 출연작에서 옷을 벗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노출에 큰 관심을 보이지만 지금까지 누드 장면은 극 전개상 꼭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그녀는 작품을 선택할 때에는 본능에 맡긴다고 했다. 자신이 특별한 무엇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배역에 흥미를 느낀다는 것이다.

아역 배우 출신인 윈슬렛은 또래 경쟁자들에 비해 대담하고 열정적인 면모로 30여 편에서 다양한 배역을 맡았다.

그 중 시대극 '센스 앤 센서빌러티''타이타닉''아이리스''이터널선샤인''리틀 칠드런' 등으로 아카데미 주 · 조연 후보에 올랐다.

윈슬렛은 "나는 매번 작품이 완성된 후 내가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 생각해 본다"며 "영화 속에서 현실적인 인물을 창조할 만반의 준비를 항상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