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자들을 중심으로 한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아파트 일색의 획일적인 주거 형태에 싫증을 느끼는 중산층이 한옥의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 것.'한옥의 재발견'이라 부를 만하다. 이런 추세를 타고 서울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도 한옥 짓기 및 개 · 보수를 앞다퉈 지원하고 있다. 전통 문화 보존과 주거 다양성의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수요가 커지면서 투자 가치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한옥 지으면 최대 1억원 지원받을 수도

한옥은 서울시가 종로구 삼청 · 가회동 일대 '북촌(北村)'을 한옥보존지구로 정하고 2001년부터 '북촌가꾸기사업'을 진행하면서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했다. 이후 북촌의 아름다움과 한옥의 장점이 입소문으로 번지면서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여기에 2006년 서울 시장 임기를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가회동 한옥으로 이사한 것도 한옥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

지자체의 지원은 한옥짓기에 직접적인 메리트로 작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에 한옥으로 등록한 주택,상가 등 건물에 대해 개 · 보수나 신축을 할 때 최고 5000만원을 지원한다. 이 가운데 보조금이 3000만원,무이자 대출금이 2000만원이다. 서울시는 지원금을 상반기 내에 총 1억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원을 받은 집주인은 5년 이상 건물을 멸실하지만 않으면 된다. 또 한옥 밀집지역에서는 전봇대 지중화 작업 등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집중적으로 실시된다.

전라남도는 기존 농 · 어촌마을에서 한옥을 10호 이상 신축하거나 20호 이상으로 이뤄진 신규 마을이 모든 가구를 한옥으로 지으면 이를 '행복마을'로 선정,기반시설비 5억원을 지원하고 각종 농어촌개발사업비를 집중적으로 배정한다. 한옥 신축 가구에는 보조금 2000만원과 3000만원의 장기저리 융자금을 지원한다.

정부도 한옥짓기를 독려하려는 움직임이다. 국토해양부가 중점 국정 과제로 '한옥의 산업화'를 연구하고 있어 앞으로 다양한 한옥 개발 방안과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2층 이상 가능…최신 마감재 사용 늘어

한옥은 법률상으로 따로 정의돼 있지 않다. 다만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 자체 지원사업을 위해 조례 등을 통해 뜻을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한옥지원조례'에서 "한옥이라 함은 주요 구조부가 목조구조로 한식기와를 사용한 건축물 중 고유의 전통미를 간직하고 있는 건축물과 그 부속시설을 말한다"라고 명시했다. 서울시 주택국 한옥문화팀 관계자는 "힘을 받는 구조부가 목조면 주거편의를 위해 시멘트를 바르거나 벽돌로 둘러쌓더라도 한옥으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이와 비슷한 기준을 세워놓고 있다.

따라서 한옥 건축은 이 같은 기본적인 원칙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와를 얹은 한옥은 'ㄱ'자,'ㄴ'자,'열린 ㅁ'자('ㄷ'자) 등의 구조가 있다. 지붕 끝의 모양은 '八'(팔)자 형태로 된 팔작 한옥도 있고 처마선이 짧은 '맞배' 한옥도 있는데 땅을 넉넉히 쓰기 어려운 도심에서는 처마가 큰 팔작 한옥보다 맞배 한옥이 더 알맞다.

요즘 짓는 한옥엔 현대적 공법이 많이 가미됐다. 단열재를 사용하고 마감재도 최신 자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주방의 경우에는 우물마루(나무판을 위 · 아래로 엮는 마루)가 아닌 원목마루(기다란 나무판을 옆으로 잇는 것)를 쓰기도 한다. 한옥도 고층이 가능하다. 높이 올려도 건물이 쓰러지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옛날에는 온돌 구조에서 2층을 올리면 난방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지금은 보일러와 히터의 도입으로 큰 문제가 없다. 1층은 벽돌 구조로 하고 2층은 한옥으로 올리는 집을 인사동에 만든 사례가 있다.

다만 한옥은 단열이 잘 안 돼 단층이든 고층이든 난방비는 많이 드는 편이다. 북촌 한옥에서 15년 동안 살아온 주부 박씨(50)는 "130평(430㎡)짜리 단독주택에 겨울 한 달 도시가스비가 40만원 정도 나온다"고 말했다.

◆시세차익 노려볼 만…건축비는 비싸

한옥 수요가 늘면서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도 가능해지는 추세다. 북촌 일대 수리를 하지 않은 한옥은 2007년에는 3.3㎡(1평)당 대지지분 1300만~1700만원 선이었던 것이 지난해 1500만~2000만원으로 급등했다. 가회동의 경우 수리를 깨끗하게 마치고 전망도 괜찮은 한옥은 3.3㎡당 3500만원 이상 호가하기도 한다. 대지지분 100㎡(30평)짜리 한옥이라면 9억원이 넘는 셈이다. 다만 올 들어서는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침체로 가격도 정체고 매수세도 많지 않다.

건축비가 많이 든다는 것은 단점으로 꼽힌다. 신축했을 경우 건물 3.3㎡(1평)를 지을 때 드는 비용이 1000만~1500만원 정도로 일반 다세대주택을 지을 때보다 3~5배 정도 더 든다. 이는 무엇보다 수작업 비중이 높아 인건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자재비가 40%,인건비가 60% 정도 차지한다. 건축 기간도 긴 편이다. 도심에서 짓는 대지 99~165㎡(30~50평)짜리 기준으로 일반 다세대 주택은 3개월가량 걸리지만 한옥은 6~10개월 정도 소요된다.

한옥 거주자들은 그러나 무엇보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무형의 장점들을 거주 이유로 꼽는다. 주부 박씨는 "장판과 창호지,나무 기둥에서 솟아나오는 은은한 향기를 맡고 서까래와 처마의 아름다움을 즐기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며 "외국인 친구들이 매우 즐거워한다"고 말했다.

임도원/박종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