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가 산업은행에 계열사인 동부메탈 지분 인수를 전격 요청했다. 동부메탈의 모회사인 동부하이텍은 지분 매각을 통해 5000억원 안팎의 유동성을 확보,재무구조를 안정시킨다는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동부의 요청을 수용하는 방안을 신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8일 "동부하이텍 관련 임원들이 산업은행을 방문해 동부메탈 지분 매입을 공식 요청했다"며 "지분 매각 규모와 가격 등은 향후 산은과의 협상을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동부는 메탈 지분 40~50% 매각을 통해 5000억원 정도의 신규 자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동부메탈은 지난해 2월 동부하이텍이 합금철 사업부를 분할해 만든 자회사로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국내 합금철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4572억원의 매출에 1593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린 우량 기업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신일본제철 JFE 등 세계 유수의 철강회사들을 장기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산은은 수익구조가 양호한 동부메탈 지분을 매입,상장을 통해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가 산업은행에 메탈 지분 매입을 요청하고 나선 것은 채권단과의 재무구조 약정 시한이 올해 말로 다가온 가운데 그동안 매각 협상을 진행해온 프랑스 에라메트 등이 만족할 만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동부전자(현 동부하이텍) 시절인 2004년 반도체사업을 위해 산은 등 14개 금융기관으로부터 1조200억원과 1억5000만달러의 신디케이트론을 빌렸다. 하지만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을 해온 동부하이텍이 대만 업체들에 밀려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고전해 왔다. 결국 동부는 지난해 말까지 자산 매각을 통해 6500억원을 조달,부채비율을 300% 이하로 낮추기로 했지만 경제위기 여파로 4100억원을 마련하는 데 그쳐 약정시한을 1년간 연장한 상황이다.

동부하이텍은 동부메탈 지분 매각이 성공적으로 이뤄질 경우 반도체사업부를 아날로그 파운드리와 믹스드 파운드리 등 고부가가치 사업구조로 재편,손익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조일훈/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