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고정임씨(36)는 최근 인터넷TV(IPTV)의 매력에 푹 빠져 산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를 유치원에 보낸 후 IPTV와의 데이트를 시작한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날 놓친 드라마를 보는 것.집안 일 때문에 못 본 연속극을 보기 위해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리모컨을 누른다. 원하는 시간에 골라 볼 수 있어 케이블TV에서 재방송을 언제 하는지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최근에는 봄을 맞아 몸매 가꾸기를 시작했다. IPTV를 통해 요가 에어로빅 등 각종 뷰티 프로그램을 따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헬스클럽에 가지 않아도 다이어트 효과를 톡톡히 본다. 나만의 트레이너가 따로 필요없다. 아이 교육용 프로그램도 IPTV로 해결해 DVD 구입에 들어가는 지출을 줄였다.

올 들어 실시간 IPTV 서비스가 화려하게 출범했다. 그러나 가입자 증가세는 더디기만 하다. 디지털케이블TV에 비해 아직 채널 수가 빈약해 시청자의 가입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IPTV가 킬러 콘텐츠로 내세우고 있는 것이 바로 주문형 비디오(VOD)서비스다. IPTV는 영화 드라마 교육 유아 쇼핑 오락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서비스한다. '정보의 보고'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KT의 메가TV와 SK브로드밴드의 브로드앤TV는 8만여편의 VOD를 확보해 놓고 있다. LG데이콤의 마이LGtv는 2만여편으로 콘텐츠 수는 적지만 고화질(HD)영상에서 강점이 있다. 연령대별,관심 분야별 콘텐츠는 어떤 게 있을까.

◆유아 · 어린이 교육 도우미

IPTV는 놀이와 공부를 겸한 유아용 프로그램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연령별로 단계를 나눠 수준에 맞는 프로그램을 고를 수 있다. 5~6세 유아 대상의 '베이비TV'(BabyTV),0~3세 영유아 대상의 '베이비퍼스트TV'(Baby First TV) 등을 통해 모양 색 신체 등 다양한 주제로 영어 단어를 배울 수 있다. 슈퍼와이 비트윈더라이온스 등 미국 PBS 방송의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슈퍼와이의 경우 실제 미국의 4~5세 어린이들이 알파벳을 공부하는 프로그램이다. 동화속에서 알파벳과 단어,철자,독해 등 단계별로 영어를 배울 수 있다. 초등학생들은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 초급 회화 표현을 배울 수 있는 EBS의 '뻔뻔(Fun Fun)'한 영어 등이 유용하다. 이와 함께 '토마스와 친구들''토드의 즐거운 세상 '등 유아 영어 교육용으로 널리 알려진 다양한 애니메이션 시리즈도 갖추고 있다. 'myLGtv는 미세배속 기능을 제공,더욱 효과적인 영어교육이 가능하다. 0.8배속,1.2배속으로 재생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안방에서 인기 강사 강의를

교육 콘텐츠는 IPTV업체들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장르다. 수험생들은 IPTV의 입시 콘텐츠를 활용,입시정보를 입수하고 과외수업도 받을 수 있다. 유명학원 강사들의 인기 강의를 TV로 듣거나 특목고 입시학원의 강의,대학 편입학 정보 등도 얻을 수 있다. IPTV는 특히 선행학습이나 반복 학습이 가능해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

메가TV는 '1318클래스'와 제휴해 내신 강좌 프로그램 8300여개를 제공한다. 또 종로학평에서 제공하는 수능종합반 강좌는 물론 입시전략,대학별 고사 등 수능 대비 콘텐츠를 갖췄다. IPTV에는 직장인 대학생들을 위한 교육 콘텐츠도 풍성하다. 대학교육 방송인 '방송대학TV'(OUN)가 만든 교육 콘텐츠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근철 이보영 등 유명 영어강사들의 영어강좌는 물론 토익 중국어 일본어 등 다양한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도 이용할 수 있다. 이 밖에 주택관리사와 공인중개사 자격증,9급 공무원 대비 과정 등은 바쁜 직장인과 대학생이 자격증 및 시험 준비를 하는 데 도움을 준다.

◆20,30대는 레포츠 및 몸매관리



입춘이 지나면서 겨울 동안 움츠렸던 몸을 풀고 매끈한 몸매로 가꾸는 게 젊은이들의 관심사가 됐다. 마이LGtv는 '봄에 시작하는 다이어트 요가'를 선보이고 있다. 스트레칭을 돕는 필라요가와 재즈댄스를 접목한 '재저사이즈'를 통해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 또 환절기 건강 관리를 위해 감기,비염,아토피 피부염,천식,축농증에 대한 예방법과 치료법을 다루고 있어 가족의 건강을 위한 기초 지식도 얻을 수 있다.

본격적인 골프 시즌을 맞아 골프 관련 콘텐츠도 인기다. 수백편에 달하는 골프 콘텐츠가 겨우내 게으름을 부렸던 골퍼들의 잃어버린 감각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40,50대는 문화 · 예술 콘텐츠

IPTV에서는 문화,레저,건강,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장르를 만나볼 수 있다. 특히 다큐멘터리는 내셔널지오그래픽과 히스토리채널,EBS,SKYHD 등에서 제작한 다양하고 유익한 내용의 HD급 콘텐츠가 풍부하다. IPTV는 공연,전시 등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도구로도 각광받고 있다.

KT는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2009 구스타프 클림트전'을 메가TV에서 소개하고 있다. 안방에서 화가와 그림에 대한 전문 큐레이터의 설명까지 직접 들을 수 있다. 또 '웨스트사이드스토리''그리스' 등 뮤지컬 20여편과 오페라 30여편,연극 200여편,클래식 콘서트 40여편 등을 갖추고 있다. 마이LGtv도 '레미제라블''백조의 호수''카르멘'등 공연 콘텐츠 40여편,클래식 50여편,미술전시 콘텐츠 50여편을 보유하고 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