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를 향해 스페인을 떠난 콜럼버스 일행이 난관에 봉착했다. 사나운 바람과 거센 파도,보이는 것은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하늘뿐인데 식량과 물마저 동이 났다. 선원들은 충혈된 눈으로 콜럼버스를 노려봤다. 스페인으로 돌아가자는 무언의 협박이었다. 그러나 태연하게 책을 읽고 있던 콜럼버스는 선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나침반이나 배의 성능을 믿고 항해를 시작한 게 아니오.나를 움직이는 동력은 꿈과 소망일 뿐이라오."

베스트셀러 《무지개 원리》의 저자로 유명한 차동엽 신부(사진)가 희망의 소중함과 그 원리를 역설한 신간 《뿌리깊은 희망》(위즈엔비즈 펴냄)을 내놓았다. 그는 이 책에서 콜럼버스에게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도록 해준 힘은 뛰어난 항해술이 아니라 원대한 꿈,즉 희망이라며 불황의 시기에도 꿈과 희망을 놓치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차 신부는 희망으로 절망을 몰아낸 수많은 사례들을 소개한다. 런던의 길 모퉁이에서 구두를 닦으면서도 늘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는 소년이 있었다. "구두 닦는 일이 뭐가 그렇게 좋으냐?"는 물음에 소년은 이렇게 대답했다. "지금 저는 구두를 닦는 게 아니라 희망을 닦고 있거든요. " 이 소년이 바로 《올리버 트위스트》를 쓴 천재 작가 찰스 디킨스였다.

제정 러시아에 점령된 폴란드의 암울한 현실에서 퀴리 부인이 연구에 대한 열정을 거두지 않은 것은 그 연구가 애국심의 표현이며 동포애의 실천이었기 때문이다. 차 신부도 서울의 달동네로 유명한 난곡에서 어린 시절부터 연탄과 쌀을 배달하며 자랐지만 희망의 끈을 놓치 않은 덕분에 신부도 되고 '밀리언 셀러' 등극을 앞둔 베스트셀러 작가도 됐다고 설명한다. 《무지개 원리》는 현재 90만부가량 팔렸다.

그래서 그는 "희망을 가지면 목표가 생기고 에너지를 집중시켜 준다"며 "희망을 자주,선명하게,강한 신념으로 바라보고,말하고,글로 적고,선포하라"고 조언한다. 이순신 장군이 열두 척의 배로 수백 척의 왜군을 막은 것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며 헬렌 켈러는 3중 장애를 겪으면서도 "나는 눈과 귀와 혀를 빼았겼지만 내 영혼을 잃지 않았기에 그 모든 것을 가진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스스로를 격려했다.

그래서 차 신부는 "자기 자신이 희망"이라며 "특유의 저력과 추진력,창의성을 가진 한국인에게는 '희망 유전자'가 있다"고 격려한다. 자기도 모르는 재능이 자기 안에 숨어 있으며 풍파를 겪은 나무들이 아름다운 정원수가 되듯이 고통은 삶의 지혜를 낳는다는 것.고통,불안,실패가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절망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차 신부는 "그 무엇도 내 허락 없이는 나를 불행하게 만들 수 없다"며 "희망은 이미 내 손(현실) 안에 있다"고 말한다. 나를 희망의 그루터기로 삼고 가족과 이웃을 희망의 울타리로 삼아 사랑과 격려,버티기(인내)와 맞서기(도전),한사코 가기(성실)로 마음을 몽땅 쏟으면 절망적 상황도 최고의 상태로 뒤집을 수 있다고 그는 강조한다. 216쪽,1만2000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