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규모 구제금융을 받아 연명하는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merican International Group · AIG)의 거액 보너스 지급 문제로 미국이 들끓고 있다. AIG에 대한 미국인들의 분노는 회사명 약자 풀이 패러디로도 표출되고 있다.

17일 UPI통신에 따르면 한 미국인 네티즌은 AIG에 대해 '미국의 보증받은 사기꾼들(America's Insured Grifters)'이라는 풀이를 내놨고,유대인들의 고대 언어 이디시어에서 'gonif'가 도둑이라는 뜻임을 이용해 '모든 미국인의 도둑(All American Gonif)'이나 '미국의 보험 도둑(American Insurance Gonif)'이라는 해석도 등장했다. '그리고 사라져 버렸다(And It's Gone)','제가 탐욕스럽지 않나요(Ain't I Greedy)','모든 투자자산이 사라졌다(All Investments Gone)','탐욕스럽고 오만한 부당이득(Avarice Insolence Graft)'이라는 해석으로 AIG를 비판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이처럼 비판이 거세지면서 미 의회와 재무부는 AIG의 보너스에 중과세 철퇴를 내리거나 직접 환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하원의 스티브 이스라엘 의원과 팀 라이언 의원은 구제금융을 받은 회사가 10만달러 이상의 보너스를 지급할 경우 보너스의 100%까지 과세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이날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AIG가 최근 지급한 성과급을 재무부에 되갚도록 AIG에 계약조건을 부과하겠다"고 말했다. AIG에 추가 지원할 300억달러에서 AIG가 임직원에게 지급한 보너스 1억6500만달러를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보너스 파문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합병된 메릴린치와 모건스탠리로 번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하원 감독 · 정부개혁위원회가 BOA와 메릴린치의 회사 변호사에게 메릴린치가 BOA에 합병되기 전인 지난해 36억2000만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한 것에 대해 정보제출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의원이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 모건스탠리가 씨티그룹과 주식브로커 사업부문을 통합한 뒤 중개인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최대 30억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할 계획이라면서 이를 막도록 촉구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