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 여파로 신용등급이 떨어진 중소기업들이 높은 대출 가산금리를 물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된다. 또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연체한 기업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부산 광주 등 지방 중소기업을 방문한 결과 보증확대조치 등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이 여전히 자금 조달에 애로를 호소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감원은 신용등급 및 담보가치 하락으로 중소기업들이 높은 가산금리를 물거나 대출 한도가 줄어들 우려가 있어 은행권과 공동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은행연합회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논의하고 있다"며 "신용등급과 담보가치 하락으로 중소기업들이 대출을 못 받거나 회수당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의 신용등급 평가 기준 일부를 완화하거나 결산 재무제표 적용을 일시 유예하는 등의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또 은행 영업점이 중소기업 대출 거절 사례를 기록하도록 해 불합리한 이유로 대출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기로 했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제도의 개선도 검토하고 있다.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은 하도급 업체가 원청 기업에서 준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거래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뒤 만기일엔 원청 업체가 직접 은행에 대출금을 갚는 금융상품이다.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을 갚지 못하면서 은행이 하도급 업체에 대출 상환을 요구해 문제가 되고 있다. 김 원장은 "구매 기업(원청업체)이 외상매출채권을 갚지 않고 아무런 책임을 안 지는 건 문제가 있다"며 "이런 기업에 대해 금융거래상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으며 외상매출채권 취소나 변경 시에 납품업체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 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잔액은 16조원 규모다.

그는 건설 · 조선사 1차 구조조정에서 B등급(일시적 자금 부족) 판정을 받은 신창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대해 "지금 은행을 검사하고 있는데 문제가 발견되면 엄중 문책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원장은 올해 금융당국의 중기 대출 순증 목표인 50조원을 수정할 뜻을 밝혔다. 그는 "성장률을 약 3%로 예상하고 중소기업 대출 목표를 50조원으로 잡았지만 지금은 자금 수요 자체가 줄었고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은행과 기업이 모두 살 수 있도록 조화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말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 연체율은 3년9개월 만의 최고치인 2.67%로 급등했다. 1년 만에 0.97%포인트나 오른 수치다.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대출 상환 여력이 급격히 나빠진 데 따른 것이다. 중기 대출 연체액도 3조7000억원에서 11조4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2월 말 1.67%로 2007년 말보다 0.93%포인트 올랐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