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중소기업이 많이 이용해왔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대기업의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BW는 저가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동시에 채권 이자를 통해 안정적인 고수익을 올릴 수 있어 개인과 기관의 여유자금이 몰리는 추세다.

금융시장에서는 이처럼 발행기업과 투자자가 모두 이득을 보는 장점이 있어 앞으로 BW가 신용등급 A급 이하인 회사채 시장을 급속도로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기업들 발행 타진 잇따라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등급 'BBB+'인 코오롱이 대기업 중 처음으로 BW를 발행한 데 이어 전날 청약을 마감한 기아차도 4000억원 모집에 무려 8조원이 넘는 자금이 몰린 가운데 발행에 성공했다.

오는 25일에는 아시아나항공이 1000억원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며 신용등급 A급 이하인 일부 대기업도 BW를 통한 자금조달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BW 발행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A이하 등급으로는 회사채 발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코오롱과 기아차 발행 주간사인 우리투자증권의 정영채 IB사업부 대표는 "코오롱과 기아차가 BW 발행에 성공하자 몇몇 대기업이 BW 발행을 문의하고 있다"며 "특히 금융시장 불안으로 회사채 발행에 어려움을 겪는 BBB 등급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고 설명했다. BW는 회사채와 달리 투자자와 발행기업,주간사,대주주까지 이득을 볼 수 있어 채권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는 기업 자금시장에서 중요한 트렌드가 될 것이란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BW를 매입한 투자자는 채권으로서의 이자수입은 물론 주가 상승 땐 워런트(신주인수권)를 행사,싼 값에 주식을 인수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주가가 낮을 경우엔 워런트를 행사하지 않으면 된다. 기업도 회사채를 발행할 때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모집할 수 있는 데다 주식전환 시 자본이 확충되는 효과가 있다.

정 대표는 "BW는 기존 대주주의 지분율을 낮추지 않으면서 외부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율 38.67%에 해당하는 1547억원어치의 BW를 매입,지분율을 유지했다.

또 증권사는 수십억원의 발행수수료 수입과 함께 기업에 금융서비스 제공을 통해 기업고객을 확보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 된다. 이에 따라 우리투자 대우 등 증권사들도 대기업 BW 발행 주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오롱 BW에 1600억원,기아차 BW에 8조원이 몰린 데서 보듯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점도 BW시장 확대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워런트 가격이 변수

대기업 BW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것은 부도날 확률이 낮은 데다 채권을 통해 안정적 수익은 물론 워런트를 따로 떼어내 팔 경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워런트 행사가격이 투자의 포인트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기아차가 현재의 주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기아차 BW 투자자들은 채권과 워런트를 팔아 조기에 30%가량 차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에 청약에 응해 기아차 BW 1000만원어치를 배정받은 투자자라면 우선 채권을 팔아 현금화할 수 있다. 기아차 신용등급인 'AA-'급 3년 만기 채권 유통수익률(8% 수준)을 감안하면 1만원짜리를 9200~9300원 정도에 팔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것만 보면 손해지만 워런트에서 발생하는 차익이 이를 만회하고도 남는다.

정연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기아차 주가가 현 수준에서 유지되면 워런트 가격은 2500~3000원 수준에서 정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BW 1000만원에 배정되는 워런트 1453개(1000만원/행사가 6880원)를 거래가 시작되는 다음 달 1일 이후 3000원에 팔면 435만원이 들어와 채권매도 손실을 제하고도 300만원이 넘는 차익이 발생한다.

기아차에 앞서 발행돼 장내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코오롱 워런트(코오롱3WR)는 지난 4일 3000원에 시초가가 결정된 이후 주가가 올라 이날 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1거래일 만에 66% 이상 가격이 오른 것이다. 이번 기아차 BW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것은 코오롱 워런트 사례를 통해 BW 투자가 짭짤한 차익을 낼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때문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김용준/서정환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