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넬대에서 수련의(레지던트) 과정을 마치면 다시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가 조국을 위해 봉사하는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 "

지난달 26일 카타르 도하의 교육클러스터인 '에듀케이션 시티(education city)'에서 만난 파라양(20)은 타국에서 배운 선진 의술을 조국을 위해 쓰고 싶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다. 팔레스타인 출신인 그는 "에듀케이션 시티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식 의사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교수진과 수업의 수준도 미국과 동일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명문대들이 앞다퉈 분교를 낸 에듀케이션 시티는 중동의 미니 아이비리그라 불린다. 여기에는 코넬대(의대) 카네기멜론대(경영 및 컴퓨터 공학대) 조지타운대(국제관계대) 텍사스A&M대(공대) 버지니아주립대(응용미술대) 노스웨스턴대(저널리즘 과정) 등 모두 6개 대학이 분교를 세웠다. 미국 명문대들 중에서 알짜배기 학과만을 골라 또 하나의 '종합대학'을 만든 셈이다.

앞으로 에듀케이션 시티에는 영국 명문대인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가 들어올 예정이다. 아이비리그에 이어 옥스브리지(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의 합성어)마저 도하에 둥지를 튼다는 얘기다.

졸업생들은 의사 엔지니어 디자이너 등 확실한 일자리를 보장받는다. 이에 중동 각지에서 우수 인재들이 몰려든다. 카타르 현지 학생은 절반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이집트 이란 레바논 등 30여개국에서 왔다.

사실 카타르 에듀케이션 시티는 이웃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날리지 빌리지'를 벤치마킹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은 에듀케이션 시티의 명성은 두바이 날리지 빌리지를 능가한다. 카타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교수들에게는 미국 현지 연봉의 1.5배를 준다.

모하마드 파시 사우드 카타르재단 이사장은 "교수들을 돈으로만 살 수는 없다"며 "가족들이 안전하게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주택 생활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에게도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이 주어진다. 카타르 현지 학생은 학비가 전액 무료이며,외국인 학생도 카타르에서 5년 동안 일하면서 충분히 갚을 수 있다. 사우드 이사장은 "한국 학생들도 미국 본교 명문대보다 여기에서 공부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의 교육도시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실행력이 맞물리면서 카타르 도하는 '중동의 교육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송도)에 해외 명문대를 유치하겠다면서도 아무런 실적을 내지 못하는 우리 정부와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도하(카타르)=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