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이 아닌 신용카드를 제시하는 고객에게 더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판매하는 사례가 아직도 꽤 많다고 한다. 현금으로 제품을 사도록 유도하기 위해 고객에게 카드 수수료를 전가하는 것인데,서울의 대표적인 전자제품 매장인 용산전자상가의 일부 상인들이 아직도 이런 행위를 종종 하고 있다고 해서 '용팔이'라 불리기도 한다.

가령 10만원짜리 MP3 플레이어를 카드로 결제하면 11만원을 받는 식이다. "원래 정가가 11만원인데 현금으로 사면 1만원을 깎아주는 것"이라는 게 용팔이들의 논리다. 하지만 고객들은 카드로 결제했기 때문에 더 비싸게 샀다고 생각하게 된다.

한나라당이 18일 발표한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안은 이 같은 용팔이식 셈법을 연상시킨다. 여당은 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해 1만원 이하 소액 결제에 대해 수수료를 고객이 부담하도록 법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가게 주인의 몫이었던 가맹점 수수료를 앞으로는 고객이 부담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여당은 이 같은 정책을 내놓게 된 배경으로 " 현금 등 직접지불결제수단으로 사면 가격인하가 되게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상가 등에서 현금으로 사면 물건값을 깎아주겠다는 것과 똑같은 논리다. 사실상 현금을 낸 고객들이 할인받았다는 느낌이 들지 궁금하다. 카드로 결제하는 사람들은 나중에 카드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현금을 낸 고객보다 더 많은 돈을 부담해야 한다.

영세자영업자들에게 돌아갈 혜택도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재래시장 세탁소 이발소 동네슈퍼 등은 카드단말기 보급률이 떨어질 뿐더러 소액결제는 오히려 영화관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등 대형 업체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다. 카드 사용자들에게 수수료를 부담시켜 영세자영업자들을 돕겠다던 취지와는 달리 대형 업체들의 수수료 부담만 줄여줄 가능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번 조치가 나온 것에 대해 카드 업계에서는 갖가지 추측들이 떠돌고 있다. 얼마 전 정부가 카드사들로 하여금 재래시장 수수료를 낮추도록 한 데 대한 반대급부로 나온 정책이라는 것이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이윤이 많이 남지 않는 소액결제 비율을 낮추는 것이 이익이다. '인기영합적 정책을 위해 카드 소비자들을 희생시켰다'는 항간의 말들이 뜬소문이기만을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