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경영권과 관련된 의결권을 처음으로 행사해 한단정보통신과 환인제약에 대해 모두 적대적 경영 참여 세력을 지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보건복지가족부는 19일 국민연금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에서 두 회사의 적대적 세력이 주주제안으로 올린 사외이사와 감사 선임안을 국민연금이 주총에서 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단정보통신은 아크투자자문,환인제약은 외국계인 데칸밸류어드바이저스펀드 등 적대적 경영 참여 세력이 추진 중인 주총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결정은 앞으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현 경영진을 위한 요식 행위가 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한단정보통신의 경우 현 경영진(15.79%)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아크투자자문(16.81%)의 지분율이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아크투자자문은 최근 지분율을 높여 왔다. 이 때문에 6.55%를 갖고 있는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아크투자자문의 적대적 인수 · 합병(M&A) 성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한단정보통신의 주총은 오는 27일 열린다.

특히 국민연금이 4.5%가량을 보유한 환인제약에 대해 2대 주주인 데칸밸류어드바이저스펀드 등의 손을 들어준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국민연금이 국민정서 등을 감안해 외국계 펀드를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던 점을 감안하면 더욱 주목된다. 현재 데칸 측과 1대 주주인 이광식 회장 측의 지분율이 정확히 파악되지 않아 20일 주총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현 경영진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한단정보통신의 경우 현 경영진이 진행 중인 '제3자에 대한 경영권 매각'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환인제약은 외국계 펀드들의 지분율이 높기는 하지만 국제화 시대에 외국계 펀드라고 해서 무조건 배척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국민연금의 경영 관여에 대한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앞으로도 국민연금이 주총 안건을 직접 제안하는 등 능동적으로 경영권 관련 의결권을 행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한 상장사는 140여개에 달한다.

이날 한단정보통신은 2.58% 내린 5660원,환인제약은 4.23% 오른 1만4800원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