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의 와인이 있는 서재] (4) '수퍼토스카나'‥이탈리아 와인의 암흑기 깨고 옛 영광 되찾은 '슈퍼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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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이 임원들에게 이탈리아 와인 '티나넬로(Tignanello)'를 선물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슈퍼 토스카나(Super Toscana)' 또는 '슈퍼 투스칸(Super Tuscan)'이란 와인 용어가 세간의 관심을 끈 적이 있다.
'슈퍼 토스카나' 와인이란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국제적인 포도 품종을 중심으로 블렌딩하거나 이탈리아산 토종 포도 품종 산지오베제에 다른 품종을 일부 섞어 프랑스산 작은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토스카나 지방의 우수한 와인들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영어권에서 만들어 낸 소비자 용어로,공식 등급이나 지역 규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와인 라벨에는 용어 자체는 물론 포도 품종도 표기되지 않는다. 슈퍼 토스카나가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특별히 주목받는 것은 단지 품질이 뛰어나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슈퍼 토스카나'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바닥으로 추락한 토스카나 와인이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많은 사람이 믿고 있었다.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고 복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개 와이너리 차원에서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는 기존 규정과 질서를 뛰어넘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모두가 그토록 기다리던 '이탈리아의 향이 살아 숨쉬는 걸출한 국제적인 와인'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탈리아는 이미 로마시대에 프랑스를 비롯한 전 유럽에 와인 제조기술을 전파했다. 특히 토스카나 지방은 14세기부터 17세기까지 계속된 르네상스시대의 중심지로 예술과 종교,문화를 꽃 피운 곳이다. 따라서 토스카나 와인은 기독교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질과 양 면에서 최상의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1960~70년대 시행된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포도 재배업자와 와인 생산자 모두 소비자 취향에 맞는 품종이나 와인 제조기술 개발을 등한히 한 결과,토스카나 와인에 대한 세계 소비자의 평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시 이탈리아의 'DOC(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원산지인증제도)' 규정은 새로운 포도 품종이나 제조법을 도입해 품질 향상을 꾀할 의욕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었다. 특히 토스카나 와인은 생산량 증대를 위해 품종 배합 규정상 산지오베제 레드와인을 70% 이상 섞지 못하며 최소한 10~30%까진 저급한 자국 화이트와인을 넣어야만 했다. 또 숙성 과정에서도 전이효과가 미미한 동구산 큰 오크통 사용이 거의 의무적이었다. 따라서 'DOC' 규정에 부합하는 와인을 생산해도 경쟁력이 없는 것은 너무도 자명했다.
실제로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은 18세기 초 메디치가의 코시모 대공작이 프랑스의 '샤토 라피트'에서 처음 수입해 왔으나,몇 세기 동안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결국 재배되는 품종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경쟁력 없는 토종으로,수준 높은 해외 소비자의 기호를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또한 생산된 와인들이 인근 지역에서 전량 소비돼 와인 제조기술을 발전시킬 동기도 없이 낙후된 가내농업 수준에 머물렀다.
이 같은 상황에 실망한 개혁적인 와인 생산업자들은 구태의연한 과거 전통과 규제에 저항해 그때까지 존재하지 않던 파격적인 품종 배합과 와인 제조 과정을 실험한다. 그 선봉에 1385년부터 와인을 제조해 온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와인명가 안티노리 가문이 나섰다.
볼게리 지역의 마리오 로체타는 여러 차례 실패 끝에 1968년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만을 사용해 작은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우수한 품질의 '사시카이야'를 출시했다. 안티노리 가문의 좌장 격인 피에로 안티노리도 조카(로체타)의 성공에 고무돼 1975년부터 산지오베제 위주로 국제적인 스타일의 와인 '티나넬로'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세계 무대에 등장하자 각국 와인 애호가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DOC' 규정상 허가되지 않은 품종과 방법을 사용한 이들은 최하위 등급인 '비노 다 타블로(Vino da Tablo)'의 지위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는 'IGT'라는 등급을 신설했고 1990년대 후반에는 '사시카이아'를 최고등급 'DOC'로 격상시켰다. 결국 슈퍼 토스카나 와인은 이탈리아에서 재배하는 포도 품종 및 와인 제조 방법,더 나아가 와인과 관련된 법규까지도 크게 변모시키는 계기가 된다.
최승우 와인칼럼니스트 · 여유공간 대표
'슈퍼 토스카나' 와인이란 카베르네 소비뇽 같은 국제적인 포도 품종을 중심으로 블렌딩하거나 이탈리아산 토종 포도 품종 산지오베제에 다른 품종을 일부 섞어 프랑스산 작은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토스카나 지방의 우수한 와인들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영어권에서 만들어 낸 소비자 용어로,공식 등급이나 지역 규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와인 라벨에는 용어 자체는 물론 포도 품종도 표기되지 않는다. 슈퍼 토스카나가 와인 애호가들로부터 특별히 주목받는 것은 단지 품질이 뛰어나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슈퍼 토스카나'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바닥으로 추락한 토스카나 와인이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많은 사람이 믿고 있었다. 풀어야 할 문제가 너무 많고 복잡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개 와이너리 차원에서 현상 유지에만 급급하는 기존 규정과 질서를 뛰어넘는 과감하고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모두가 그토록 기다리던 '이탈리아의 향이 살아 숨쉬는 걸출한 국제적인 와인'을 탄생시킨 것이다.
이탈리아는 이미 로마시대에 프랑스를 비롯한 전 유럽에 와인 제조기술을 전파했다. 특히 토스카나 지방은 14세기부터 17세기까지 계속된 르네상스시대의 중심지로 예술과 종교,문화를 꽃 피운 곳이다. 따라서 토스카나 와인은 기독교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질과 양 면에서 최상의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1960~70년대 시행된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포도 재배업자와 와인 생산자 모두 소비자 취향에 맞는 품종이나 와인 제조기술 개발을 등한히 한 결과,토스카나 와인에 대한 세계 소비자의 평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당시 이탈리아의 'DOC(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원산지인증제도)' 규정은 새로운 포도 품종이나 제조법을 도입해 품질 향상을 꾀할 의욕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었다. 특히 토스카나 와인은 생산량 증대를 위해 품종 배합 규정상 산지오베제 레드와인을 70% 이상 섞지 못하며 최소한 10~30%까진 저급한 자국 화이트와인을 넣어야만 했다. 또 숙성 과정에서도 전이효과가 미미한 동구산 큰 오크통 사용이 거의 의무적이었다. 따라서 'DOC' 규정에 부합하는 와인을 생산해도 경쟁력이 없는 것은 너무도 자명했다.
실제로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은 18세기 초 메디치가의 코시모 대공작이 프랑스의 '샤토 라피트'에서 처음 수입해 왔으나,몇 세기 동안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결국 재배되는 품종은 다양하지만 대부분 경쟁력 없는 토종으로,수준 높은 해외 소비자의 기호를 맞추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또한 생산된 와인들이 인근 지역에서 전량 소비돼 와인 제조기술을 발전시킬 동기도 없이 낙후된 가내농업 수준에 머물렀다.
이 같은 상황에 실망한 개혁적인 와인 생산업자들은 구태의연한 과거 전통과 규제에 저항해 그때까지 존재하지 않던 파격적인 품종 배합과 와인 제조 과정을 실험한다. 그 선봉에 1385년부터 와인을 제조해 온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와인명가 안티노리 가문이 나섰다.
볼게리 지역의 마리오 로체타는 여러 차례 실패 끝에 1968년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만을 사용해 작은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우수한 품질의 '사시카이야'를 출시했다. 안티노리 가문의 좌장 격인 피에로 안티노리도 조카(로체타)의 성공에 고무돼 1975년부터 산지오베제 위주로 국제적인 스타일의 와인 '티나넬로'를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이 세계 무대에 등장하자 각국 와인 애호가들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DOC' 규정상 허가되지 않은 품종과 방법을 사용한 이들은 최하위 등급인 '비노 다 타블로(Vino da Tablo)'의 지위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불합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는 'IGT'라는 등급을 신설했고 1990년대 후반에는 '사시카이아'를 최고등급 'DOC'로 격상시켰다. 결국 슈퍼 토스카나 와인은 이탈리아에서 재배하는 포도 품종 및 와인 제조 방법,더 나아가 와인과 관련된 법규까지도 크게 변모시키는 계기가 된다.
최승우 와인칼럼니스트 · 여유공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