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TV 전환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를 둘러싸고 또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처음에는 정치권에서 이익을 보는 TV업체들이 부담해야 한다고 불을 지피고 나서더니 최근에는 방통위가 기업들에 비용부담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요 예산을 마련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을 내세우지만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비용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결코 옳은 방법이 아니다.

다른 선진국을 보더라도 디지털TV 전환비용은 주파수 경매대금이나 TV수신료, 정부예산 등으로 해결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런저런 명목(名目)으로 기업들로부터 기금을 거둬들이고 있는데 이런 돈은 도대체 어디에 쓰려고 하는 건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부가 TV업체들에 디지털 전환비용을 물리겠다고 하면 이 기업들이 TV를 수출하는 외국정부가 마찬가지 요구를 해 올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깊이 생각해 볼 점이다.

정부는 기업들에 비용을 전가(轉嫁)시키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으로 끝날 일도 아니다. 정부가 기업들에 전가시키는 비용은 결국 다시 소비자에게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결국 소비자가 전환비용을 다 부담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논란이 일자 방통위는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솔직히 말이 의사타진이지 기업들로서는 압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방통위의 막강한 규제나 인 · 허가 권한을 생각하면 특히 그렇다. 손쉽다고 기업에 부담을 떠넘기는 해결방식은 기업의욕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일도 아니란 점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