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비싼 제품이라도 그만큼 희소 가치가 크다면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에르메스같이 명품 중의 명품으로 꼽히는 '위버 럭셔리' 브랜드들이 불황 속에 더욱 각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같은 '가치 소비' 경향이 패션은 물론 라이프 스타일 영역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상위 1% 고객들을 한눈에 사로잡은 생활 속 제품이 있다. 바로 99.9% 은(銀)에 칠보를 입힌 전통 수공예 브랜드 '채율'이다.

칠보의 아름다움을 생활 속 공예품으로 승화시킨 채율은 찻잔 접시 주전자 화병 장식장 등을 내놓고 있다. 원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매장을 운영하다 현대백화점 바이어의 눈에 띄어 지난해 삼성동 무역센터점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 곳에선 국내 최고 공예작가들의 '온리 원(only one)'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경기도 지정 무형문화재 권우범 작가,서울시 무형문화재 1호 손대현 작가 등의 손길이 닿은 100% 수공예 제품이다. 특히 모든 제품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매장에 들른 고객들은 한국적인 아름다움에 반하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에 또 한번 놀란다. 2개들이 찻잔 세트가 298만~380만원,장식장은 무려 2000만원대에 달한다. 하지만 '희소성'을 추구하는 상위 고객들에겐 가격이 문제되지 않는다. 현재 단 26.4㎡(8평) 규모의 매장에서 월평균 1억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을 정도.이인영 현대백화점 가정용품팀장은 "채율은 한번 제작하면 더 이상 똑같은 것을 만들지 않는 '작가주의'로 요즘 같은 불황에도 상위 1%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롱한 일곱 가지 빛깔은 채율만의 매력으로 꼽힌다. 칠보는 금속 표면 위에 유리질의 칠보 유약이나 혼합물을 올려 섭씨 700~900도 고온에 구워 내는 공예 기법.일반 금속이나 보석이 가진 컬러의 한계를 넘어 다양한 색상 연출이 가능해 '금속판 위에 그린 그림'으로도 불린다. 또한 채율은 99.9% 은 제품이라 세균 침입이나 음식물이 변질되는 것을 막아 주는 장점을 지닌다.

그간 칠보 공예품은 보석상을 통해 소규모로 거래되던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채율만의 독특한 매력이 입소문을 타면서 다음 달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도 매장을 추가로 연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