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일 "(미 최대 보험사인) AIG는 몇몇 똑똑한 사람들이 카드로 만든 집이었다"고 AIG의 탐욕을 맹비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 NBC방송의 심야 토크 프로그램으로 제이 레노가 진행하는 투나잇쇼에 취임 이후 첫 출연,"AIG는 몇몇 똑똑한 사람들이 보험사업의 꼭대기에 헤지펀드를 만든 뒤 파생상품을 팔다가 붕괴한 카드집이었다"고 혹평했다. AIG가 지급한 보너스 회수에 대해선 "헛간 나간 망아지를 되찾느라 허둥대는 격"이라면서도 회수 의지를 피력했다.

오바마는 금융시장의 거품과 붕괴를 질타했다. 그는 "지난 15~20년간 미국은 금융시장에서 많은 이익을 냈으며,이는 미 전체 경제의 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알고 보니 성장의 실체는 없었다"고 토로했다. "차입한 돈,장부상의 이익,이런 것들은 쉽게 사라진다"면서 "이제 우리가 필요한 것은 지속적인 성장"이라고 천명했다.

오바마는 이를 위해 "몇몇 스마트한 대학 졸업생,투자은행가가 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아니라 엔지니어 과학자 의사 교사가 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이 필요하다"며 "이들이 진정 미국 경제를 튼튼한 기반 위에 올려놓을 주인공들"이라고 강조했다. 더 이상 거품경제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시장 규제도 강화할 것임을 약속했다. 그는 "지저분한 비밀이지만 금융위기와 AIG 같은 문제는 모두 합법적인 틀에서 발생했기에 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가 구입한 토스터가 면전에서 폭발한다면 토스터를 안전하게 만들 법이 필요하다"면서 "금융 소비자가 신용카드,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얻어 그게 면전에서 폭발했다면 당연히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금융시장의 혁신(상품)에는 문제가 없지만 평범한 미국민들과 납세자들이 이용당하지 않게 하는 상식적인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부가 그동안 금융권에 엄청난 돈을 지원했는데 다 어디에 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대부분 금융사가 깔고 앉아있다"면서 "금융사의 부실자산을 정리,자본충실도를 높여 앞으로 소비자와 기업으로 돈을 돌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는 다시 한번 깊은 신뢰를 보냈다. 오바마는 "그가 금융 안정,자동차 구조조정 작업 등을 도맡고 있어 여러모로 편치 않은 자리에 있지만 우리 경제를 정상화시킬 탁월한 일꾼"이라며 "툭하면 비난할 사람부터 찾는 워싱턴 정가의 관행은 깨야 한다"고 두둔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