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오보(誤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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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기사의 허위보도라고 하면 반드시 어떠한 사실을 날조한 경우에만 한하지 않는다. 어떠한 사건의 연속 중에서 일부분을 고의로 묵살해버린다거나 그와 반대로 강조해서 표현하는 것은 독자의 판단을 어긋나게 함에 있어 허위보도와 조금도 다를 것 없을 것이다. '
1946년 4월에 쓰여진 사학자 김성칠(金聖七,1913~51)씨의 일기 중 한 대목이다.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일기를 쓰는 것은 이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늘 가지게 된다. …일기가 사진일 수 없고 그림인 바엔 화가의 보는 눈에 따라서 소재 가운데 적당한 취사 선택이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는 '그러나 서투른 화가가 자기 주견을 고집해 소재의 어떤 부면만을 고의로 강조하는 결과는 화면에 자연의 진실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왜곡된 표현을 하기에 이를 것'이라며'내가 일기를 쓰는데 있어서도 이와 같은 화가의 과류(過謬)를 범하지 않는가 늘 반성한다'고 적었다.
미디어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 니혼TV 사장 구보 신타로씨가 오보(誤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지난해 11월 간판프로그램을 통해 보도한 기후현의 불법 비자금 조성 내용이 허위 증언에 의한 오보로 밝혀진 데 따른 조치다.
거짓 증언에 매달린 것만 오보랴.말의 앞뒤를 뚝 잘라 특정부분만 내보냄으로써 말한 사람의 의도와 달리 전달되도록 하는 것도 허위 보도요 오보다. 어떤 매체건 오보에서 완전히 자유롭긴 어려울지 모른다. 발표 자료에 근거하는 경우 자료 자체가 틀리는 일도 있는 탓이다.
그러나 니혼TV 사태에서 보듯 결론에 꿰맞추는 식의 보도엔 사건의 본질을 왜곡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미디어의 힘은 수용자의 신뢰,수용자의 신뢰는 정확성과 책임있는 태도에서 나온다. 철저한 검증 및 오보에 대한 즉각적인 사과는 필수다.
사학자의 일기는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생활기록에서조차 행여 감정적 기록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힐까 저어한다. 비판과 고발이란 명분 아래 행여 있을 수 있는 선의의 피해자나 엉뚱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한쪽 방향으로 치닫거나 사태의 전말을 호도하는 이들에게 고인의 글과 구보 사장의 사퇴가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1946년 4월에 쓰여진 사학자 김성칠(金聖七,1913~51)씨의 일기 중 한 대목이다.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일기를 쓰는 것은 이와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늘 가지게 된다. …일기가 사진일 수 없고 그림인 바엔 화가의 보는 눈에 따라서 소재 가운데 적당한 취사 선택이 있을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는 '그러나 서투른 화가가 자기 주견을 고집해 소재의 어떤 부면만을 고의로 강조하는 결과는 화면에 자연의 진실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왜곡된 표현을 하기에 이를 것'이라며'내가 일기를 쓰는데 있어서도 이와 같은 화가의 과류(過謬)를 범하지 않는가 늘 반성한다'고 적었다.
미디어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일본 니혼TV 사장 구보 신타로씨가 오보(誤報)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지난해 11월 간판프로그램을 통해 보도한 기후현의 불법 비자금 조성 내용이 허위 증언에 의한 오보로 밝혀진 데 따른 조치다.
거짓 증언에 매달린 것만 오보랴.말의 앞뒤를 뚝 잘라 특정부분만 내보냄으로써 말한 사람의 의도와 달리 전달되도록 하는 것도 허위 보도요 오보다. 어떤 매체건 오보에서 완전히 자유롭긴 어려울지 모른다. 발표 자료에 근거하는 경우 자료 자체가 틀리는 일도 있는 탓이다.
그러나 니혼TV 사태에서 보듯 결론에 꿰맞추는 식의 보도엔 사건의 본질을 왜곡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미디어의 힘은 수용자의 신뢰,수용자의 신뢰는 정확성과 책임있는 태도에서 나온다. 철저한 검증 및 오보에 대한 즉각적인 사과는 필수다.
사학자의 일기는 다른 사람에게 내보이기 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생활기록에서조차 행여 감정적 기록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힐까 저어한다. 비판과 고발이란 명분 아래 행여 있을 수 있는 선의의 피해자나 엉뚱한 사회적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한쪽 방향으로 치닫거나 사태의 전말을 호도하는 이들에게 고인의 글과 구보 사장의 사퇴가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