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gn]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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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빌딩 숲, '숨'이 된 연꽃
서울 강남권의 핵심권역인 청담동,압구정동.다분히 패쇄적이면서 강한 소비 지향적 문화를 가진 게 특징이다.
이곳에 우리의 전통 고미술을 전시하는 이색 박물관이 들어섰다. 국보급 도자기와 전통유물,빗살무늬토기 등 고대유물까지 전시하는 '호림 박물관'이 주인공이다.
다른 거리에 비해 비교적 사람 통행이 적은 편인 이곳에 상업용 건물이 아닌 문화재급 고미술품을 전시할 박물관을 설계한다는 게 쉽지 않은 과제였을 것이다. 한국적 감성과 현대적 미감이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건축가는 고민 끝에 흙탕물 속에서도 정갈한 모습으로 피어나는 연꽃에서 영감을 얻어 건물 안팎에 그 속성을 고스란히 담았다. 꽃잎 모양의 재료들을 겹겹이 둘러서 건물 자체가 단아한 한송이 연꽃처럼 느껴진다.
일부에서는 자연적 형상을 디자인적인 승화없이 원초적으로 그려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사실적으로 적용했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 지적이 조금은 무색해진다.
꽃잎을 겹겹이 붙여 만든 건물 외관과 실내공간이 동전의 앞뒤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연꽃잎 외피가 단순히 멋을 위한 장식에 그치지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방문객들은 박물관 전시물 관람뿐아니라 건물 공간에서 얻는 즐거움도 적지 않다. 꽃잎 모양의 건물 외피들은 어떤 곳에서는 서로 다른 공간을 이동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어떤 곳에서는 바람과 열린 하늘을 느끼는 감각적 공간도 된다. 또 다른 곳에서는 건물이 주는 위압감과 긴장감을 조율해주는 완충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박물관 내부의 원형 계단실도 은은한 조형미로 전시공간에 활력을 준다.
미술관은 지상 5층의 박물관동,지상 3층의 근린생활시설,지상 15층의 오피스동 등 세 개의 큰 덩어리로 구성됐다. 오피스건물의 벽체는 하늘을 향해 기울어진 모양에 유려한 곡선이 빛나는 도자기 스타일의 몸매로 디자인됐다. 기존 건물에서 볼 수 없는 역동성에 어느 새 행인과 운전자들의 시선이 꽂힌다.
건물 전체는 브라운색으로 둘러졌다. 구워지기 직전의 황토빛 도자기가 떠오른다. 역삼각형의 수많은 창들이 빚어내는 외벽 모양새는 거대한 빗살무늬 토기처럼 보이기도 한다.
전통건축 방식은 서양식의 그것에 비해 특히 많은 잔손질이 간다. 수많은 반복과 여러 층들을 겹치는 형태로 이뤄진 호림 박물관에서는 바로 전통건축방식이 연상된다. 박물관,근생 시설,오피스동 등은 성격이 다른 건물이어서 규모와 외관으로 철저히 구분이 지어졌다.
근린생활시설동은 강인한 직선형 몸매를 갖고 있다. 박물관과 오피스동 사이에 끼어서 이질감을 풀어주고,동시에 시각적 다양성을 주면서 멋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회색 빌딩 숲에 홀연히 한송이 연꽃의 이미지로 태어난 호림박물관.건물 안에 담긴 내용물도 국보급 전통유물들이어서 안팎이 빈틈없이 어울리는 느낌이다. 강남지역을 문화적 향기로 변화시키는 멋진 공간이 아닐 수 없다.
김남훈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서울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건축개요
◐건물명 - 호림 아트센터(Horim Art center)
◐설계자 - 유태용,이정학 ㈜테제건축사사무소
◐시공사 - ㈜삼성중공업
◐건축주 - 재단법인 성보문화재단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신사동
◐용도 - 문화 · 집회시설(박물관),업무시설,근린생활시설
◐규모 -대지면적 3172㎡,건축면적 1744㎡ 연면적 2만3740㎡,지하 5층~지상 15층
◐건물구조 - 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철근콘크리트구조
설계자 유태용 이정학은…
●유태용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건축공학과,미국 UC버클리대학 건축학 석사,미국건축사(AIA),한국건축사(KIA),㈜테제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소장
▶ 주요 작품 : 한국경제신문사 사옥,국민생명 마포사옥,서미갤러리,서울예술대학 안산캠퍼스,오리온 연수원,한국건축가협회상 9회 수상,서울특별시건축상 2회 수상
●이정학
홍익대학교 건축학과,㈜테제건축사사무소 공동대표 소장,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객원교수
▶주요 작품 : 호림아트센터,오리온 연수원,서울특별시건축상,한국건축가협회상,한국공간디자인대상 각 1회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