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맥주 매각에 원 · 달러 환율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높은 환율이 유지되면 달러로 자금을 조달해오는 어피니티와 KKR가 유리한 고지에 서지만,환율이 급락할 경우 롯데가 격차를 좁힐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인수 · 합병(M&A) 업계 관계자는 20일 "높은 환율이 유지될 경우 달러로 자금을 조달해오는 어피니티와 KKR가 유리한 상황으로 전개되겠지만 환율이 하락할 경우 국내 업체인 롯데의 인수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어피니티와 KKR는 2조1000억원 선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롯데는 1조5000억원 선의 가격을 제시한 후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조1000억원을 환율 1400원으로 계산하면 15억달러 수준이다. 인수 후 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을 목표로 하는 사모펀드가 이 가격에 OB맥주를 인수한 후 1년 후 환율이 1100원대로 떨어지면 같은 가격에 되팔더라도 총 19억달러를 챙기게 된다. 환율 효과만으로 4억달러를 버는 셈이다. 따라서 환율이 올라가면 롯데가 인수가를 올리면서 따라붙어도 함께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된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롯데가 1조8000억원 선으로 가격을 올릴 경우 격차가 좁아지면서 상황은 알 수 없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즉 가격 차이가 좁혀질 경우 빠른 자금 회수를 원하는 인베브 측이 정부의 허가(주류업 면허 갱신) 등이 용이할 것으로 보이는 롯데에 넘겨줄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환율 조건이 악화되면 인베브가 매각을 포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인베브는 20억달러 이상을 받고자 하는 상황에서 현재 가격이 목표가에 크게 못 미치기 때문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