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웨이트 政爭'에 날아간 63억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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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SK·대림·현대건설, 초대형 플랜트 수주 무산
본계약 체결 안해 법적대응 어려워…재입찰 기대
본계약 체결 안해 법적대응 어려워…재입찰 기대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KNPC)가 GS건설 대림산업 현대건설 SK건설 등 4곳에 발주한 63억8000만달러(약 8조9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플랜트 공사를 취소했다. 이 공사를 수주한 4개 건설사들은 "KNPC가 쿠웨이트 측 사정으로 인해 알주르 제4정유시설 공사를 취소한다고 공식 통보해 왔다"고 20일 밝혔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은 지난해 5월 수주한 이후 설계작업을 20% 정도 마친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하게 됐다. 발주 취소 이유는 쿠웨이트 정국 불안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들은 KNPC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법적 조치 등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 어려운 데다 다른 해외건설 공사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 업체 '싹쓸이' 수주 '물거품'
한국 건설업체들은 지난해 5월 KNPC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알주르 제4정유시설 공사에서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10여개국 업체들을 제치고 '싹쓸이' 수주를 했다. 플랜트 공사 5개 패키지 가운데 입찰에 부쳐진 4개 패키지 모두를 한국 업체가 차지한 것이다.
GS건설은 일본 JG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40억달러(GS건설 20억달러) 짜리 상압 증류 및 탈황 시설을 설치하는 '패키지1' 공사를 따냈다. SK건설은 20억6000만달러 규모의 패키지2를 수주했고,대림산업은 패키지4(저장설비시설,11억8400만달러),현대건설은 패키지5(부두 접안시설 등 해안공사,11억2000만달러)를 맡았다. 대형공사 수주에 들뜬 잔칫집 분위기는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돈을 모두 받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재입찰에 들어가야 하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다시 입찰을 하게 되면 세 번째 입찰이 된다. 쿠웨이트는 첫 번째 입찰(2007년)에서 한국 업체가 모두 수주하자 재입찰을 붙였다. 당시 한국 업체들이 담합해 수주를 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쿠웨이트 정쟁이 직접적 원인인 듯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20일 쿠웨이트의 정쟁이 계속됨에 따라 1996년 쿠웨이트 신용등급 평가 시작 이후 처음으로 신용등급 강등 검토 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지도자가 지난 18일 올 들어 두 번째로 의회를 해산시킨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셰이크 나세르 알 모하메드 알 사바 쿠웨이트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의회의 불신임을 예상해 지난 16일 총사퇴를 했다. 알 사바 총리는 3년 전에 집권한 이후 벌써 5번째 내각 사퇴 결정을 내렸을 정도로 의회와 내각의 갈등은 끊일 줄 몰랐다. 정부가 나설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총리가 추진한 알 주르 정유공장 발주에 대해 반대파는 중앙입찰위원회(한국 조달청과 비슷한 기능)에 정식 통보를 하지 않았다며 한국 업체의 담합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또 자재비 시공비 등과 수익을 따로 주는 코스트 앤 피(cost and fee)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입찰에 나서는 수밖에 없어
이번 공사 취소로 SK건설 등 4개 업체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송 등 법적 대응 역시 정식으로 본계약을 맺은 상태가 아니어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정식 계약을 맺지 않아 대응 방법이 별로 없다"며 "갈등이 유발될 경우 되레 재입찰이나 다른 공사 수주 때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기 설계단계에서 공사가 취소된 만큼 설계비 등으로 투입된 비용과 발주처로부터 받은 선수금 등을 정산하면 된다"며 "공사가 취소된 것은 아쉽지만 설계를 한 노하우를 살려 다시 공사를 따내겠다"고 밝혔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도 "쿠웨이트가 해외건설부문 주력시장인 데다 향후 발주예정 프로젝트 등 시장 규모 등을 봤을 때 건설사들이 법적 대응 조치 등 강수를 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발주공사 등에 대한 우선권 요구와 같은 차선책을 강구하는 등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강황식 기자 cosmos@hankyung.com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은 지난해 5월 수주한 이후 설계작업을 20% 정도 마친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하게 됐다. 발주 취소 이유는 쿠웨이트 정국 불안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건설업체들은 KNPC와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법적 조치 등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 어려운 데다 다른 해외건설 공사에까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등 파장이 예상된다.
◆한국 업체 '싹쓸이' 수주 '물거품'
한국 건설업체들은 지난해 5월 KNPC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발주한 알주르 제4정유시설 공사에서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10여개국 업체들을 제치고 '싹쓸이' 수주를 했다. 플랜트 공사 5개 패키지 가운데 입찰에 부쳐진 4개 패키지 모두를 한국 업체가 차지한 것이다.
GS건설은 일본 JGC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40억달러(GS건설 20억달러) 짜리 상압 증류 및 탈황 시설을 설치하는 '패키지1' 공사를 따냈다. SK건설은 20억6000만달러 규모의 패키지2를 수주했고,대림산업은 패키지4(저장설비시설,11억8400만달러),현대건설은 패키지5(부두 접안시설 등 해안공사,11억2000만달러)를 맡았다. 대형공사 수주에 들뜬 잔칫집 분위기는 1년을 넘기지 못했다.
업체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사한 부분에 대해서는 돈을 모두 받기 때문에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재입찰에 들어가야 하는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다시 입찰을 하게 되면 세 번째 입찰이 된다. 쿠웨이트는 첫 번째 입찰(2007년)에서 한국 업체가 모두 수주하자 재입찰을 붙였다. 당시 한국 업체들이 담합해 수주를 받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었다.
◆쿠웨이트 정쟁이 직접적 원인인 듯
미국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20일 쿠웨이트의 정쟁이 계속됨에 따라 1996년 쿠웨이트 신용등급 평가 시작 이후 처음으로 신용등급 강등 검토 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다. 쿠웨이트 지도자가 지난 18일 올 들어 두 번째로 의회를 해산시킨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셰이크 나세르 알 모하메드 알 사바 쿠웨이트 총리가 이끄는 내각은 의회의 불신임을 예상해 지난 16일 총사퇴를 했다. 알 사바 총리는 3년 전에 집권한 이후 벌써 5번째 내각 사퇴 결정을 내렸을 정도로 의회와 내각의 갈등은 끊일 줄 몰랐다. 정부가 나설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총리가 추진한 알 주르 정유공장 발주에 대해 반대파는 중앙입찰위원회(한국 조달청과 비슷한 기능)에 정식 통보를 하지 않았다며 한국 업체의 담합 의혹을 다시 제기했다. 또 자재비 시공비 등과 수익을 따로 주는 코스트 앤 피(cost and fee)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재입찰에 나서는 수밖에 없어
이번 공사 취소로 SK건설 등 4개 업체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지만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소송 등 법적 대응 역시 정식으로 본계약을 맺은 상태가 아니어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업체 관계자는 "정식 계약을 맺지 않아 대응 방법이 별로 없다"며 "갈등이 유발될 경우 되레 재입찰이나 다른 공사 수주 때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초기 설계단계에서 공사가 취소된 만큼 설계비 등으로 투입된 비용과 발주처로부터 받은 선수금 등을 정산하면 된다"며 "공사가 취소된 것은 아쉽지만 설계를 한 노하우를 살려 다시 공사를 따내겠다"고 밝혔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도 "쿠웨이트가 해외건설부문 주력시장인 데다 향후 발주예정 프로젝트 등 시장 규모 등을 봤을 때 건설사들이 법적 대응 조치 등 강수를 두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추가 발주공사 등에 대한 우선권 요구와 같은 차선책을 강구하는 등 차분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서/강황식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