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설계사(FC)일을 해온 필자가 얼마 전 해약의 쓴 맛을 직접 겪었다. 화재가 난 일도 없고 해서 별 생각 없이 10여년 동안 유지해오던 화재보험을 해약했다.

그런데 해약 후 며칠 지나지 않아 집에서 불이 났다. 요리를 하다 가스오븐레인지가 합선된 것이다. 다행히 소방차들이 재빨리 도착해 화재는 금세 진압됐지만 너무나 아찔한 순간이었다.

소방관 한 분이 보험 가입여부를 묻고는 이런 때를 대비해 화재보험이 필요하다고 조언을 해왔다. 보험전문가로 자처하던 필자로선 말할 수 없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사고나 질병 같은 위험은 예고없이 온다는 진부한 진리를 새삼 깨달았다.

지난 외환위기 당시 보험 해약이 급증해 보험사마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은 적이 있었다. 최근에도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해약이 다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보험을 권유하는 FC로서 가장 안타까운 때가 오랫동안 보험료를 내던 고객이 '생계형' 해약이나 부주의한 해약으로 필요할 때 정작 아무런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다.

보험을 해약하려 한다면 꼭 다시 한번 생각해둘 게 있다. 첫째,보장성보험 해약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고객 중 한 분은 보험을 해약한 뒤 한 달 뒤 질병 진단을 받고 해약을 후회하다 치료 후 재가입을 상담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입을 거절당했다. 보장성보험은 나이가 어릴수록 보험료가 싸고 나중에 가입하면 보험료가 비싸진다.

둘째,보험을 해약하면 보험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을 볼 수 없다. 보험상품 중 금융상품에 대해선 15.4%(주민세 1.4% 포함)의 이자소득세가 면제되는데 가입일로부터 10년 이전에 해약하면 비과세 혜택을 누릴 수 없게 돼 이자소득세를 고스란히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장기주택마련저축보험은 연 300만원 한도 내에서 소득공제되고 7년 이상 유지하게 되면 이자소득세가 비과세된다.

셋째,최근 증시 하락으로 저조한 수익률에 실망해 변액보험을 해약해선 안된다. 변액연금은 연금개시 시점까지 납입했을 경우 납입원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원금 손해의 우려가 없다. 또 일반적인 주식형 적립식펀드와는 달리 주식과 채권으로 분산 투자되기 때문에 주식시장이 출렁거려도 영향을 덜 받는 편이다. 만약 추가적인 주가 하락이 우려된다면 FC를 통해 펀드를 변경(추가수수료 없음)하거나,상품에 따라 납입중지 제도 등을 활용해 소나기를 피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넷째,해약해도 꼬박꼬박 내오던 보험료를 전액 건질 수 없는게 바로 보험이다. 보험사마다 가입자가 긴급자금이 필요하거나 생활이 어려워졌을 때를 대비해 유니버설 기능과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자동대출납입제도,감액제도 등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 놓고 있으니 이런 제도를 활용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