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갤러리] 이우걸 '봄, 부산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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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까운의 여인이 햇볕을 잘게 썰어
봉지에 담고 있다 따스한 미소와 함께
어두운 사람들이 와서
그 희망을 사 간다.
꽃들은 리본을 달고
창 앞에서 하늘거리고
하늘은 약속처럼 한없이 맑아서
가벼운 신발을 신은
소녀들을 설레게 하고.
-이우걸 '봄, 부산약국' 전문
약사의 흰 가운에 눈부신 봄볕이 내려앉았다. 하늘은 맑고 창 밖에서는 꽃이 하늘거린다. 가벼운 신발을 신은 소녀들이 벚꽃 같은 웃음을 날리며 춤추듯 지나간다.
약사는 단정하게 앉아 환자의 아픈 몸은 물론 우울한 마음까지 치료할 수 있는 햇볕을 봉지에 담고 있다. 따스한 미소도 함께 담는다. 수채화처럼 펼쳐지는 어느 봄날의 약국 풍경.병든 사람들이 찾아드는 곳이지만 약국은 아련한 희망으로 출렁인다. 봄볕이 사람들의 어두운 마음속까지 헹궈내고 있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