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는 것은 음악회에서도 민감하게 느낄 수 있다. 연주자들이 관객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계절 감각에 맞는 음악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오는 28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제10회 한경 기업사랑 음악회는 봄의 향기를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연주회다.

'금난새 · 유라시안필과 함께 떠나는 클래식 여행'을 부제로 한 이번 콘서트에서는 유라시안필하모닉오케스트라 지휘자 금난새씨의 맛깔스러운 지휘와 해설,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서곡과 아리아,비제의 유일한 교향곡 등으로 봄날의 정취를 한껏 돋울 전망이다. 아리아는 소프라노 문혜원과 서활란,바리톤 송기창이 부른다.

'피가로의 결혼'은 가장 대중적인 오페라.초보 클래식 관객들이 지휘자의 해설을 들으면서 클래식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피가로의 결혼'은 백작의 하인인 피가로가 하녀 수잔나와 결혼하려 하다가 수잔나를 탐낸 백작이 결혼을 방해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시작된다.

피가로와 수잔나는 백작 부인을 설득한 다음 재기 넘치는 계획으로 결혼에 성공한다. 송기창이 피가로,문혜원이 수잔나를 연기한다. 서활란은 백작 부인의 아리아를 맡는다.

이번 무대의 아리아들은 영화와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유명하다. 그 중 '저녁바람은 부드럽게'는 영화 '쇼생크 탈출'에 나온 곡으로 수잔나와 백작 부인의 이중창이다. 물결처럼 부드럽게 흘러가는 듯하다. 두 여성 소프라노가 함께 부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이중창으로 꼽힌다.

바리톤이 부를 '더 이상 날지 못하리'는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가 살리에르를 비웃으며 천재성을 뽐내는 장면에 나오는 곡이다.

실제로는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이 자신의 노여움을 사 군대로 파견되는 케루비노를 빈정대며 부른다.

따뜻한 봄날에 맞는 밝고 익살스러운 곡들도 있다. 바리톤과 소프라노의 이중창 '마님께서 부르실 때는'은 수잔나와 피가로가 자신들의 결혼을 방해하는 백작의 음모를 물리치기 위해 계획을 세우면서 부르는 곡이다.

모차르트의 성격이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으로 뛰어난 음악성과 장난스러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기쁨이여,어서 빨리 찾아와다오'는 수잔나의 노래다. 피가로가 자신의 노래를 듣는 것을 모른체하며 마치 백작을 향해 사랑을 독백하듯 부르지만 사실은 피가로를 향한 사랑을 표현한 곡이다.

사랑의 노래인 만큼 아름답게 불러야 하지만 동시에 수잔나의 능청스러움도 같이 드러나야 하기 때문에 은근히 부르기 어려운 곡으로 소문나 있다.

'사랑의 신이여,손을 내밀어 주세요'는 백작 부인이 남편의 사랑이 식어가는 것을 슬퍼하며 부르는 곡.'피가로의 결혼'에서 가장 서정적인 곡으로 통한다.

문혜원은 유리처럼 투명한 미성과 기교로 정평이 나 있다. 서활란은 풍성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음색으로 우아한 백작 부인과 잘 맞는다. 송기창은 이탈리아 주세페 디 스테파노 국제콩쿠르에서 1위를 한 바리톤으로 피가로 전문 배우다.

유라시안필의 실력은 처음과 마지막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첫곡으로 연주될 '피가로의 결혼' 서곡은 질주하는 듯한 현악 파트의 화려한 기교가 특징이다. 경쾌하면서도 발랄한 분위기가 객석의 흥을 돋운다.

마지막 곡은 프랑스 작곡가 비제의 교향곡 1번.비제 특유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가락과 프랑스의 전원적인 느낌이 어우러지면서 봄날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2만~8만원.1588-7890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