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제 리포트] 해양도시 부산, 亞금융허브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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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불모지 부산이 부산국제영화제로 단번에 동북아의 영화 · 영상도시로 부상했습니다. 여건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지만 다양하고 치밀한 전략을 짜내면 금융 중심도시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다만 부산이 해양도시라는 점을 살려 해양금융도시로 특화시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주수현 부산발전연구원 지식경제본부장)
부산이 금융 중심도시 도약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최근 정부가 한국의 금융 중심지로 부산 남구 문현동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을 지정한 데 따른 것이다. 부산시는 금융중심지기획단과 부산 국제금융도시추진센터를 만들어 부산문현지구를 수도권과 경쟁하는 명실상부한 동남권 금융 허브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부산의 잠재력은 해양에 있다. 컨테이너 처리량 세계 5위,선박 건조능력 세계 1위인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해양수도'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부산이 위치한 동남경제권(부산 · 울산 · 경남)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의 80% 이상이 몰려 있어 해양금융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동남권에는 인구 800만명에다 국가 4대 주력 산업인 자동차 생산량의 38%,조선 건조량의 91%가 집적해 있다.
금융 관련 기관도 부산에 서서히 웅지를 틀고 있다. 파생상품 거래량이 세계의 18.2%로 거래소 중 제일 많은 한국거래소가 부산에 안착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공공기관 4곳도 이전해 올 예정이다. 부산에 본사를 둔 부산은행과 기술보증기금,하이투자증권 등도 벌써 부산 특유의 금융상품 개발을 준비 중이다. 부산은행은 전문 금융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파생상품과 자산운용 전문인력을 매년 20명씩 배출하고 있다. 특히 항만과 물류,선박 등의 해양 특화금융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해양 특성화 대학과 연계해 해양 금융특화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기보도 기술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술력을 평가해 보증을 지원하는 기술금융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대도 금융인재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부산 문현혁신도시에 오는 2012년 86층짜리 건물 등이 완공돼 22곳의 금융기관이 입주하면 도심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조성렬 부산경제살리기 공동대표(동아대 교수)는 "금융 중심지로 지정받은 만큼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며 "선물 파생금융과 인재 육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환 한국해양대 교수는 "지금과 같은 경제위기가 기회"라며 "선박펀드 운용과 동남권에 몰려 있는 조선소들과 연계한 선박금융,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한 현대중공업을 통한 선박금융 활용 등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김창수 부산대 무역국제학부 교수는 "중국과 일본,러시아 등 인근 국가의 자본을 유인해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서는 국제해운거래소와 국제수산물거래소를 설치하고 외국 선박금융 전문 은행도 유치해야 할 전망이다.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표현되는 탄소배출권거래소와 아시아결제기구 유치,해양오염물질배출권거래소도 설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 금융네트워크 구축과 교류도 필수적이다. 부산시는 정부와 금융위원회 등과 협조해 파격적인 세제와 재정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