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부산 사하공단의 제철설비 업체인 건창산기에 진병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이 나타났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방문해 현장의 이야기를 듣고 보증업무가 효율적으로 가동되는지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건창산기는 환차손으로 큰 피해를 입었으나 기보의 경영개선 자금을 지원받은 덕택에 매출이 2007년 100억원대에서 지난해 300억원대로 늘었다. 이 회사 권재석 사장은 "당시 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을 전전하다 절박한 심정으로 기보를 찾았고 기보로부터 12억6000만원을 보증받아 위기를 넘긴 뒤 회사가 도약했다"며 진 이사장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진 이사장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데도 기보의 지원을 받아 성장할 수 있었다니 기쁘다"며 "시설 확장을 위해 필요한 20억원의 추가 자금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진 이사장은 기보 직원들에게도 "돈이 돌아야 기업이 살 수 있다. 위기는 결국 기술로 해결해야 한다"며 "기업에 대한 보증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실은 모두 이사장이 책임지겠다"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기보는 지난 1월 현장과 핵심과제 중심의 비상경제 상황실을 운영 중이다. 매주 1회 회의를 열어 핵심과제에 대한 실적을 점검하고 평가한다. 특히 현장기동반을 운영해 기업과 영업점으로부터 어려움을 듣고 해결 방안을 도출하고 있다.

최근 기보는 쉴틈이 없을 정도로 바쁜 곳 중 하나다. 기보는 올 들어 정부의 경제난 극복을 위한 종합대책에 동참하기 위해 중소기업의 유동성 지원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지원해야 할 기업이 많아서다. 특히 건실한 중소기업이 침몰하지 않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기보 보증의 철칙은 '신속 · 정확하고 적극적인 보증'이다. 이에 맞춰 보증 규모도 올 들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올해 총 보증 규모는 16조원.기업의 어려운 점을 감안해 지난해보다 3조5000억원 늘렸다. 실제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보증 규모는 1조215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16억원보다 9441억원이나 급증했다.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강화를 위해 상반기에 보증 공급계획의 70%를 집중한 데 따른 것이다. 기보 관계자는 "기술성과 사업성 등 미래가치 위주의 기술평가 보증을 확대하고 있고,특히 기술력이 우수한 혁신형 중소기업과 수출기업,녹색성장 기업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기술기반 조성을 위한 기술창업 보증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보는 외환위기 때 경험했던 중소기업의 도덕적 해이도 철저히 막기 위해 대출금 유용 방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보증이 늘어나면 사고율 증가로 부실화 위험도 늘게 마련.하지만 산업현장에 돈을 푸는 것이 기업을 살리는 길이라는 게 기보의 방침이다. 기술력과 재무 상태가 미흡하면 기술력 향상과 재무구조개선 계획서 등 자구 노력을 전제로 지원한다. 경영 변동 사항에 대한 점검 시스템도 도입해 경영진의 책임성을 강화했다. 위험 분산의 일환으로 금융기관들과의 금융지원 협약과 대 · 중소기업 상생협력 프로그램 등을 통해 특별 출연도 늘리고 있다.

최근 부산은행과 지방 중소기업 지원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100억원을 특별 출연했다. 지난 2월 6개 은행 등 관련 기관과 5500억원의 특별 출연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혁신영업점 강화와 인력 조정 등을 포함한 경영쇄신안도 마련,꾸준히 추진 중이다. 우선 지난 1월 조직개편과 인력 재배치를 통해 본부 인력의 10%를 영업점에 전진배치했다. 본부 인력을 영업점에 추가 배치하는 등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방침이다. 기술평가 인력도 늘려 나갈 계획이다. 현재 499명에서 오는 2012년 630명으로 늘린다는 것.외부 기술평가 자문 인력풀 활용도 확대하기로 했다.

기보는 부산 금융 중심지 지정에 따라 역할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기술금융을 강화하고 있다. 기술평가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술력을 평가해 보증을 지원하는 국내 유일의 기술금융 전문기관의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다. 기술금융이란 기술개발과 개발한 기술의 사업화 및 성장 단계에 따라 필요한 자금을 기업이 가진 기술력 위주로 평가해 지원하는 금융의 한 형태로 기보의 업무와 딱 들어맞는다.

기술평가 보증 외의 분야에도 집중하고 있다. 투자와 융자 연계 등 지원 방식의 다양한 결합을 통한 기술평가 투자 보증과 기술 자산을 보유한 기업이 발행하는 채권이나 산업재산권을 유동화하는 등 새로운 기술금융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벤처캐피털 투자도 알선하는 등 복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

부산 금융 중심지 지정에 따라 발전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기보는 신축 청사에 기술프라자를 개설해 기술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도록 편의시설과 기술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공적자금을 대상으로 기술개발과 기술거래 관련 자금을 조성,운영해 기술개발이나 기술거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특히 기술평가 기능과 보증 기능을 활용해 기술자산 유동화증권 발행을 중개해 국내외 자본을 우량 기술기업에 공급할 예정이다.

기술금융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 구축도 과제다. 기술평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습득과 업무 수행 능력 향상을 위해 내부 교육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고 있는 기술평가사 자격 제도를 활용할 계획이다. 외부 공인 자격 제도로 바꾸고 지역 대학과 연계해 산 · 학 협력으로 기술금융 전문인력 양성제도로 바꿔 나간다는 것이다.

기보는 오는 4월1일로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진 이사장은 "올해는 종합기술금융기관으로 출발하는 원년"이라며 "기술평가 업무 역량을 강화하고 기술금융 종합지원 체제를 구축해 안정적인 경영 기반을 세우면서 기술금융 전문기관으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