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은 TV,휴대폰,드럼세탁기 3개 분야에서 북미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품질이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데다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더해진 덕분이다.

시장조사기관 NPD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 1월 미국 LCD(액정표시장치) TV 시장점유율은 작년 1월 21.3%에서 26%로 증가했다. 반면 2위 소니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9.2%에서 13%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가 2007년 말부터 반전을 노리고 가격 인하 공세를 폈지만 품질과 성능에서 앞서 달리기 시작한 한국 기업들의 벽을 넘는 데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휴대폰도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한국 기업들의 독무대가 됐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북미시장 휴대폰 점유율은 각각 22.1%와 21.1%로 25.1%를 기록하고 있던 모토로라에 한발 뒤졌지만 작년 3분기부터 상황이 변했다. 삼성전자가 21.9%의 점유율로 21.2%의 모토로라를 제치면서 업계 1위로 발돋움했다. 4분기에는 LG전자도 모토로라를 뛰어넘었다. 삼성전자(23.7%),LG전자(20.9%),모토로라(17.1%) 순으로 시장 순위가 바뀌었다.

LG전자는 PC 키보드와 자판 배열이 같은 '쿼티(QWERTY) 키패드'를 장착해 문자 입력을 편리하게끔 만든 메시징 휴대폰으로 재미를 봤다. 지난해 북미에서 팔린 메시징폰(3373만대)의 3분의 1인 1180만대를 팔아치웠다.

LG전자는 지난해 4분기 미국 드럼세탁기 시장에서도 매출액 기준 24.3%,판매량 기준 21.1%의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차지했다. 평균 판매가격도 885달러로 선두에 올랐다. 반면 2위 월풀은 4분기 매출액 기준 점유율이 15.4%로 3분기보다 2.6%포인트 떨어졌다.

국내 업체들의 불경기 돌파 전략은 '선(先) 점유율,후(後) 영업이익'으로 요약된다. 시장 질서를 바꿀 수 있는 경기 침체기에는 주도권을 잡는 데 주력하고,경기 회복 이후 확대한 점유율을 이익으로 연결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에 쓴 마케팅 비용은 1조9481억원에 달한다. 전 분기 1조407억원보다 9000억원가량 마케팅비를 더 썼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투입한 마케팅 예산은 2007년의 두 배 수준인 4조7106억원에 달한다"며 "올해도 마케팅 예산은 아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LG전자 관계자도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마케팅비를 줄이는 불경기에는 똑같은 비용을 들여도 호경기보다 높은 브랜드 인지도 상승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자산 개념을 만든 데이비드 아커 UC 버클리대 교수는 "불황기에 마케팅 예산을 늘리면 반드시 알토란 같은 보답이 돌아온다"는 이론으로 유명하다. 한국 기업들이 그 이론을 착착 현실화해 나가고 있다.